묶인 자가 아닌 초월하는 자 / 남마라 & 조나타 선교사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새벽마다 베란다에서 이어지는 기도이다. 베란다는 나의 기도 처소이다. 새벽에 그곳에 나가면 하늘에는 광명한 새벽 별, 땅에는 반짝이는 불빛… 도시의 절반이 한눈에 안겨 오는 그곳에서 “히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라고 부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느 날엔가 갑자기 주기도문의 이 첫 마디가 깊은 은혜로 다가왔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부르는 순간 나는 하늘과 연결된 것이다. 비록 이 땅에 살지만, 나의 아버지께로 돌아가신 예수님처럼 나도 언젠가는 그곳으로 돌아가리라! 이 땅에는 폭풍이 불고 염병이 성행하는 등 시세가 어지럽지만, 저곳은 평안으로 넘치는 곳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라고 부를 때마다 나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하게 된다. 그렇다. 나는 저곳에 속한 자이다. 지금 이 땅에 있는 것은 이루어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명을 마칠 때에는 나도 주님과 같이 저곳으로 돌아가리라.

아잔 소리 들으며 정체성 확인

한참이 지나면 새벽 아잔 소리가 도처에서 울려 퍼진다. 마치 도시 전체를 집어삼키려는 듯하다. “너희들은 나에게 속한 자들이고, 오늘 하루도 내 손아귀에 있어!”라고 외치는 것 같다. 그 소리는 하루에 다섯 번씩 울리면서 사람들을 무의식중에 그 속에 꽁꽁 묶어 두고자 한다. 하지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고백하는 자들에게는 상관이 없다. 우리는 그것에 묶인 자가 아니라 그것을 초월하는 자이다. 그리고 그 어두움에 묶여 평생 빛을 보지 못하고 지옥으로 행하는 저들을 구출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임을 확인하게 된다. 중동에서의 매일의 삶은 이 정체성의 싸움이고 나는 매일 새벽마다 나의 정체성을 새롭게 한다.

2020년을 돌아보면서..

작년에는 연초부터 거의 코비드-19의 영향력 속에 지내온 것 같다. 처음 반년은 학교, 직장, 공항 등을 전면 봉쇄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서 코로나 방지에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국민들의 삶은 점점 어려워만 갔다. 그런 중에 9월부터 2차 코로나 확산이 시작되었다. 매일 수천 명이 감염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짐에도 불구하고 심한 경제난 때문에 정부는 학교 외에는 어떠한 금지조책도 발표할 수 없게 되었다. 이런 와중 교회 목사님들, 성도님들, 선교사님들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교회는 예배 금지 행정 명령을 받게 되었고 선교사님들의 사역들도 대부분 정지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 일 후에 내가 보니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라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흰 옷을 입고 손에 종려가지를 들고 보좌 앞과 어린 양 앞에 서서..” (계7:9)

모든 민족 가운데 부흥이 일어나고 열방이 주께로 돌아오는 이 일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이 일을 주께서 어떻게 이루어 가실 것이며, 우리는 그 일에 어떻게 동참할 것인지, 그 일환으로 지금 발생하고 있는 이런 일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를 많이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다.

2021년을 향한 소망!

이곳에 온 지도 4년이 되었다. 처음 이곳에 올 때의 주목적은 언어 공부였고 그 단계를 마치면 사역자가 많은 이곳보다 상대적으로 일꾼이 적은 중동의 다른 국가로 가기로 계획했었다. 전쟁으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재건을 바라고 있는 시리아나 이라크를 생각하고 있었다. 시리아는 2020년 한 번 다녀왔는데 여전히 상황이 쉽지 않았다. 이라크는 북부 쿠르드 지역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기는 하지만 비자 받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상황이다. 주님이 길을 열어 주시면 2021년도에는 움직이고자 한다. 지나온 4년 동안 지키시고 보호하시고 인도해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린다. 또한 사랑의 섬김과 기도의 후원으로 끊임없이 동참해 주신 주 안의 형제자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