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축복이며 땀 흘림은 특권이다
한여름이 길기도 길다. 40도를 육박하는 날씨가 계속된다. 밤에는 기온이 떨어져야 하는데 여전히 후덥지근하다. 예년에 비해 더위가 빨리 왔는데 그 더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고원 사막 지대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절감하는 시간들이다. 집 안에는 선풍기라도 있지만 밖을 나서는 순간 마치 난로 가에 바짝 다가가는 것처럼 뜨거운 열기를 느낀다. 대추를 수확하는 일이 없다면 이 시기에는 절대로 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머리털 사이사이로 송송 솟아난 땀이 목으로 흘러내린다. 선크림이 땀방울에 섞여 어쩌다 눈에 들어가면 걷잡을 수 없이 눈이 따갑다. 얼음물을 마시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그치지 않는다. 그래도 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대추의 익어가는 속도를 사람이 따라잡을 수가 없다. 어제만 해도 푸르르던 나무가 마치 빨간 꽃이 핀 것처럼 훨훨 타오른다. 한 나무에서 여러 버킷들을 딸 정도로 많이 열렸다. 올해도 대풍이다. 작년 겨울에 비가 별로 오지 않아 올해 대추 농사는 신통치 않을듯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대추가 실하게 크는 모습이 보였다. 초록 알맹이가 노란색으로 변해서 갈색 무늬를 띄우더니 빨갛게 변해가고 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태양과 물과 바람이 대추를 키우는 것이다. 물론 사람도 유기농 퇴비를 주고 물 관리를 하며 가지치기를 1년 내내 해왔지만 사람의 노력은 농부이신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한국에서 권혜진 선교사님과 네 자녀들이 왔다. 시애틀에서 정찬길 목사님과 박유신 장로님, 그리고 두 형제들이 오셔서 수고하셨다. 레바논과 스리랑카로 떠나실 박주희, 박숙희 현장 선교사님들이 출국을 늦춰가며 대추 수확에 힘을 다하고 있다. 대추나무 속으로 들어가야 겨우 그늘을 맛보는 무더위를 온 몸으로 체험하며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혹시나 탈이 날까 은근히 걱정을 하는데 모두들 잘 견디고 있다. 이 많은 대추를 누가 수확할까 염려를 했지만 한 알, 한 알, 수많은 대추들이 건조대로 올라가고 있다.
우리의 노동을 통해 선교 재정의 사각지대를 도울 수만 있다면 이 노동은 매우 가치 있는 것이다. 노동은 축복이다. 땀을 흘릴 수 있는 것이 특권이다. 땀을 흘리고 시원한 샤워를 하고 깊은 잠을 자면 아침에 다시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이 값진 노동의 현장에 우리를 불러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