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선 밸리에서 대추를 수확하며
통. 통. 떼구르르, 통.통. 떼구루르르. 탐스럽게 잘 익은 사과 대추를 따서, 통에 넣을 때 나는 소리다. 미국 본부 방문 중 짧지만 아름다운 결실을 보며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8월과 9월 초에는 거의 40도를 넘나드는 기온으로 콧바람마저도 뜨거웠다. 이렇게 뜨거운 날씨에 대추들이 얼마나 빨리 익는지 대추를 실컷 따고 돌아서면 다시 빨간색이 눈에 띄었다.
선교의 현장에 발을 디디며
열방 가운데, 많은 선교의 현장에서도 씨앗이 뿌려지는 곳, 가꿔지는 곳, 또한 수확이 한창인 곳들이 있다. 지금은 거의 모든 곳이 추수의 시기인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선배 선교사님들을 통해 눈물로 씨가 뿌려지고 가꾸어졌던 현장들에서 추수할 일꾼을 부르고 있다. 내가 밟는 이 중동 현장에서도 그 일들을 보게 된다.
전쟁을 통해 선교하시는 하나님
언젠가 이재환 선교사님께서 구약의 전쟁을 통해 선교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말씀하신 것을 기억한다. 지금도 중동에서는 그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 시리아는 10년째 진행되는 내전으로 인해 많은 무슬림들이 주변 국가에서 난민의 삶을 살아가며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 비록 시리아로 들어갈 수 없지만, 특별히 L국으로 나온 시리아 난민들은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기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 기회는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기회가 주어진 이때 속히 진행돼야 한다.
L국 시리아 난민촌에서
미국 본부의 일정을 마치고 도착한 L국에서 시리아 난민 텐트를 방문했다. 10개의 작은 텐트에 모여 사는 이들은 다 한 친척들이라고 한다. 10개의 텐트에 모인 아이들은 대략 50여 명이다. 미국인 선교사가 사역하는 이곳에서 동양인들을 실제로 만나 보지 못한 이 아이들은 나의 눈이 작은 것이 신기했는지 왜 눈이 작냐고 물었다. 처음 만난 시리아 난민 아이들의 질문에 웃음이 나왔다. 함께 했던 선교사님께서 하나님께서 얼굴색이 다르듯 생김새도 다르게 만드셨다고 이야기하였는데,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학교도, 갈 곳도 없는 이 아이들은 어떤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 텐트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은 이것이 일상이고 삶이다.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도,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잘 모른 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버지의 마음이 있는 이 영혼들을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주님의 지혜를 구한다.
언어학습을 위해 J국으로
아랍어를 배우기 위해 J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동의 무슬림들의 삶을 이해하고 아버지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선교의 첫걸음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중동선교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아랍어라고 한다. 말 자체도 어렵지만, 글로 표현되는 언어와 말의 언어가 달라 이 두 가지를 다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말을 배우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발음들로 인해 잘 들리지 않아 흉내내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한다.
늘 예비하시는 여호와 이레
J국에 있는 아랍어 학원이 곧 개강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입국하게 되었다. 그 준비 과정이 일주일이었다. 입국 전 일주일 동안 정착할 집과 살림들을 알아봐야 했다. 보통은 현장 선교사님들의 이동으로 물건들이 나오면 서로 사고파는데 현재는 이동하시는 분이 없다고 한다. 숙소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았다.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어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주변 분들께 도움을 구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시간에 아버지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통해 그 모든 것들을 예비하셨다. 할렐루야! 가장 중요한 잠을 잘 수 있는 매트리스 하나만 있어도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침대를 한화 1만 7천 원에 샀다. 그뿐만 아니라 생각하지도 못한 세탁기와 전자렌지도 저렴한 가격에 구하게 되었고, 나를 알지 못하는 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이불, 주방용품 등을 세세히 챙겨 받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른 이들을 편애하시는 하나님이라며 편애받는 이들을 부러워하였는데 지금은 내가 그 편애를 받고 있는 것이었다. 이 과정을 함께 했던 주변 분들에게 이 고백들을 나누었다. 나의 가는 길에 앞서 예비하시는 여호와 이레를 경험하며 아버지의 사랑으로 격려 받고 있다.
추수 현장에서 확인하는 하나님의 약속
추수의 현장에 부름 받은 당신의 자녀에게 잘 왔다고 환영해 주시고, 나를 홀로 두지 않으시고 그 길을 앞서가시고 또 함께하신다는 확신을 주신다. 그 첫발을 내딛는 발걸음에 주님이 빌립보서 4장 6절 말씀을 하신다.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께서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오늘도 나와 함께 하시는 그분을 기대한다. 또한 주께서 예비하신 추수의 기쁨을 맛볼 그 시간을 기대한다. 나의 가는 이 길에 함께 기도하며 동역해주시는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들을 축복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백신 2차 접종과 파송예배, 또한 현장 땅을 밟기까지 끝까지 함께 해주신 미국 본부 가족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