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수확이 복된 소식을 응원하는 하나의 매개체로 그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기다리는 반가운 소리 올해도 듣는다
통통~통~통~통..
8월 중순부터 킹살렘 훈련원 곳곳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대추 수확에 참여한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의성어이다. 5년째 듣는 소리이다. 8월 10일, 2022년 대추 수확을 시작하면서 다시 듣게 된 반갑고도 익숙하며, 신선하고도 힘찬 소리이다. 탱탱한 대추가 사람의 손길에 의해 자신의 나무를 벗어나 바스켓에 담겨지며 통통 소리를 낸다. 농장 여기저기 흩어진 스텝들과 자원봉사자들 각각의 바스켓에 담겨지는 대추 소리를 들으며 문득 복음도 이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음의 소리는 누구에게나 들려져야 한다
각자에게 부르신 자리에서 수고하며 땀 흘리며 내는 그 소리. 마치 누군가는 기다리는 소리, 누군가는 아직 듣지 못했지만 들어야만 하는 소리, 반가운 소식, 좋은 소식, 힘차게 자신의 소리를 내며 서로에게 기쁨을 주는 그 소리, 누군가는 전해야만 들려지는 복음의 소리도 이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져 마음의 감동으로 와닿았다.
소리의 주제는 마태복음 24장 14절이다
복음이 무엇이고, 그리스도는 누구이신지, 그가 우리의 구원자이시요, 주인이시며,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신 그 말씀을 이루실 분이라는 그 진리는 누군가는 전해야만 알 수 있는 소식이다. 그 소식, 바로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될 것이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 라고 말씀하신 마태복음 24장 14절의 성취가 우리의 입술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통하여 이뤄질 것이라는 마음이 들어 수확을 시작하면서 마음의 벅차오름을 느낀다.
매해 여름은 나 자신을 향해 점검하는 시간이다
5년째 매년 8월이 다가오면 두려움이 앞선다. 그 두려움이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매해 여름 나에게 다가오는 두려움은 아주 단순했던 것 같다. 그 두려움은 해가 지나도 적응이 되질 않는 극심한 사막의 더위를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수확을 마칠 때까지 기쁨과 자원함, 기대함과 성실함으로 노동을 잘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라는 염려로부터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더위와 노동에 대해 나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었는지 돌아보면서, 때로는 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리고 때로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땀 흘리며 수고하지 않고 대가를 바라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 내가 일한 것보다 30배, 60배, 100배의 열매가 짜잔! 하며 나타나길 바라며 거저 누리고만 싶은 편안하고 싶고 욕심 가득한 마음, 이런 마음들이 내 마음에 있는 것이다.
대추 수확기는 나를 성찰하게 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통해 비단 대추 수확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나의 일상의 삶에서 하루하루를 대하는 나의 삶의 태도이기도 한 것을 비춰보게 된다. 이처럼 대추 수확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힘들지만 귀하고 감사한 시간이며, 동시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인정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주님과 독대하는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시간이다. 나는 이렇게5년째 대추 수확에 참여하는 복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중 한 명이다.
누려본 자만이 노동의 기쁨을 말할 수 있다
누군가는 21세기 테크놀로지 시대에 땀을 흘리며 수고하는 1차 산업인 농사가 시대에 뒤떨어지며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또 누군가는 현대 시대 어떤 젊은이들이 노동에 관심이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람을 고용하여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여 다른 데 그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조언을 할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대추 농사가 선교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겠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말들이 아주 그럴듯하고 합리적이며 시대를 바로 읽고 있는 것처럼 보여질 수 있겠다. 생각의 변화를 돌아보니, 2017년 대추 첫 수확을 시작할 무렵 나의 첫 해석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노동의 비밀을 깨닫는 축복을 누린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노동의 비밀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나의 생각도 변화의 과정을 거친듯 하다. 테크놀로지가 설명해줄 수 없고 이해시켜 줄 수 없는 무언가가 이 안에 있음을 몸과 마음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깨닫는 창조의 섭리와 이에 순응하며 욕심내지 않고 주신만큼 거두는 배움이 있으며, 혼자 하는 외롭고 힘든 일 같지만, 서로가 함께 먹고 마시며 나누는 공동체의 위로와 힘, 격려와 회복, 그리고 도전이 있다. 그리고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방문한 교회들이 수년째 수확의 신비로움을 몸소 경험하며 선교 대추의 여정을 축복하며 함께 하고 있다. 나는 이것이 바로 노동의 비밀이며, 킹살렘 훈련원이 가진 축복이라 믿는다.
시대의 흐름을 읽으면서도 그 흐름이 가르쳐 줄 수 없는 단순하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은 비밀, 시대에 한정하여 해석하기에는 경험해 보지 않아 이해할 수 없는 비밀이 감추어진 곳이 바로 킹살렘 훈련원이다.
몸을 쓰지 않고 머리를 써서 일하는 시대가 되면서 몸을 사용하는 노동은 그 가치를 잃어가는 듯하다. 땀을 흘리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는 것은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은 단어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경험하는 자들에게서 고백 되어지는 너무도 놀랍고 아름다운 조합이다.
해마다 몇몇 컴미션 선교사님들도 다녀가셨다. 그들에게 킹살렘 훈련원에서의 시간은 노동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시간이었으며, 대추 수확이 선교 현장에 얼마나 귀하게 쓰여지는지에 대한 감사의 고백들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함께 이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얼마나 감사했는지…
특별한 여름을 보내는 축복을 누린다
나는 여전히 매해 대추 수확을 앞둔 8월 초, 기쁨으로 노동을 끝까지 잘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앞서려 한다. 그러나 수확이 시작되면 나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며, 서로 함께하고, 위해 주며, 그 가운데 쉼이 있고, 즐거움이 있는 것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염려와 걱정은 서서히 그 자리를 잃어간다. 대추나무에서 나의 손을 거쳐 건조대에 올라온 대추들이 선교 현장 곳곳에 아름다운 선물들이 될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힘이 솟아난다. 나뿐만 아니라 수확에 참여하는 스텝들과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마음 또한 이와 같으리라 믿는다. 나는 나 스스로와의 대면, 새벽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숨길 수 없는 나를 오픈하여 연약함을 인정하고 배워가는 공동체와의 나눔, 그리고 하나님과의 독대로 한 여름을 보낸다. 이처럼 복된 여름을 보내게 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다. 더불어 수고하지 않고 거저 얻는 것이 복된 것이라 여겨 왔던 잘못된 나의 생각 또한 바로잡혀 가고 있다.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공유한다.내 마음 안에는 오늘도 편하게 하나님을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편하게 주께 드릴 열매를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것이 정직한 나의 모습이다.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나의 선택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뜨거운 여름, 공동체 식구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나누며 지금 나의 자리에서 하루하루 성숙해져 가는 나로, 또 선교 현장을 향한 구체적이며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로 나를 초청하신다. 그리고 나는 그 초청에 순종함으로 반응하며 2022년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누군가는 기다리는 소식, 복된 그 소식이 멀리멀리, 그리고 깊이깊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올해도 대추 수확이 이 소식을 응원하는 하나의 매개체로 그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