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공동체로 함께 하나님 나라를 꿈꾸며 분주한 가운데서도 즐겁고 행복하게 2022년을 보냈습니다.
미국 본부 공동체의 변화
연초부터 미국 본부 공동체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12년 동안 미국 본부를 지키셨던 전영배 장로님이 은퇴하셨고, 정민경 선교사님은 본부 사역 7년을 마치고 다음 사역 준비를 위한 안식월을 가지게 되면서 저희 가정만 미국 본부에 남게 되었습니다. 동고동락했던 공동체 식구들이 떠나고 나니 아무도 없는 본부가 어색하기도 하고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하지만 ‘컴미션 본부 공동체는 나가기 위해 들어오는 곳’이라는 이순애 선교사님의 말씀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마음으로는 변화를 받아들였지만, 업무적으로는 셋이서 함께 하던 일을 혼자서 하려니 많이 벅찬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특히 행정적 업무 외에 본부 건물과 선교관을 관리하는 일들(청소기를 밀고, 걸레질을 하고, 조경을 관리하고, 쌓여 있는 선교관 빨래들을 처리하는 등)은 집안일처럼 끝없이 밀려오고 쌓여만 갔습니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일해도 어느덧 잡초가 무성히 자라 정글이 되어버린 주차장과 구석진 곳에 뽀얗게 쌓인 먼지들은 저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희 가정이 홀로 본부 사역을 하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지 않으셨는지, 하나님께서는 때를 따라 돕는 손길들을 보내주셨습니다. 1월 초 발칸반도 정탐 여행을 계획했던 조현민 목사님께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되는 덕분에(?) 일정이 연기되어 본부 공동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김동주 전도사님께서도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에 제가 좋아하는 총각김치를 들고 한걸음에 달려오셨습니다. 안식월을 보내고 있던 정민경 선교사님도 원격으로 계속해서 업무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저희 부부 주변에는 여전히하나님의 나라를 사모하는 공동체가 있었습니다.
새 빗자루가 가져온 변화
‘새 빗자루가 일을 많이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본부에 새롭게 합류한 조현민 목사님께서 장비함 물품 정리부터 화장실 수도꼭지 교체, 부서진 계단 난간 수리 등 전영배 장로님의 빈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김동주 전도사님 역시 85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몸살이 날 때까지 잡초들을 뿌리 뽑고 제가 신경 쓰지 못한 구석구석까지 청소해주시며 선교관을 더욱 깨끗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미국 본부에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조현민 목사님을 중심으로 진행한 선교관 리모델링 작업이었습니다. 때 묻은 벽에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낡은 침대 시트를 바꾸고, 먼지 쌓인 블라인드를 청소하고, 후원받은 새 카펫까지 깔고 나니 선교관이 새로워졌습니다. 여기에 홍명철 선교사님의 기술 지원으로 에어컨도 추가로 설치하면서 컴미션 선교관은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미국을 방문한 현장 선교사님들을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
열심히 섬겨주신 새 빗자루들 덕분에 저는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미디어 선교 사역에 시간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작년 9월부터 이재환 선교사님과 함께 제작한 요나선교학교 영상 강의도 1부 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4월에 진행된 라마단 기도운동도 예년과 다름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본부 사역자의 모습을 담은 유튜브 채널 ‘강한 간사 이수현’ 도 개설하여 여러 가지 실험적인 콘텐츠들을 제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동체 멤버들이 본부를 지켜준 덕분에 해외 출장을 갈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의 그레이스한인교회에서 진행된 프랑스 컴미션 소속 선교사 네 명의 파송식에 참석하여 기록 영상을 제작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친한 또래 선교사들의 파송식에 직접 참여하여 축복해 줄 수 있어 기뻤습니다. 그리고 업무적으로만 알고 지냈던 컴미션 캐나다 식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각자 서로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M2414를 통해 이뤄지는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컴미션 공동체 정신을 나눌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공감하시는 하나님
미국 본부에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고, 제게는 달갑지만은 않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조현민 목사님은 미뤄뒀던 발칸반도 정탐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제 아내는 방학을 맞이한 두 아이들을 돌보느라 분주해졌습니다. 선교관은 코로나 방역 기준 완화로 방문객이 급증하였고 제 삶은 분주해졌습니다. 저는 늘어난 업무를 처리한다는 핑계로 아침 말씀 묵상을 게을리했고 노동이 기도라며 구별된 기도 시간 없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영적으로 채워지지 못한 제 마음속에는 불만이 쌓여가고 입술에서는 불평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선교관 방이 부족하여 임시로 방을 만들기 위해 짐들을 옮기다 허리를 삐끗하였습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옴짝달싹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자니 서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만 같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알아주는사람도 없다는 느낌에 저는 마치 박넝쿨을 잃어버린 요나처럼 하나님께 원망 섞인 불평을 쏟아냈습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본부 사역자로서 참 부끄러운 모습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런 저의 연약한 모습에 공감해주시고 다양한 방식으로 위로해주셨습니다. 선교관을 묵어가는 선교사님들을 통해 맛있는 간식을 제공받기도 하고, 컴미션 현장 선교사님들과 매달 주고받는 업무 메일 속에 뜻밖에 격려의 메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입만 열면 불평과 비난뿐인 저의 모습에도 제 아내는 언제나 귀를 기울이며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었습니다.
셋째 소람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위로 중에서도 가장 큰 위로는 저희 가정에게 주신 셋째, 소람이가 딸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실 셋째 임신이 저를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두 아들을 둔 저에게 ‘딸’ 소람이의 존재는 어둠 속에 한 줄기 빛과 같았습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셋째를 생각하니 썩어가던 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하나님의 끝없는 위로 속에 저의 불만과 불평도 끝이 났습니다. 자칫 사소하고 하찮은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었던 본부 관리 업무를 통해 하나님을 더욱 깊이 경험하고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겸손하게 충성하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여전히 제 앞에는 많은 업무들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공급해주시는 능력 안에서 다시금 행복한 본부 사역자로 설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정탐 여행을 떠났던 조현민 목사님이 돌아오고 안식월을 가졌던 정민경 선교사님도 복귀하였습니다. 아침 묵상 시간에 저마다 경험한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를 나누며 새삼 컴미션이 지향하는 공동체 생활의 소중함을 느꼈습니다. 컴미션 미국 본부 공동체는 많은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였습니다.
하반기 사역 계획, 무릎 선교
하반기 사역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역시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변화된 일상과 4차산업혁명이라는 실체를 알 수 없는 혁명이 가져올 변화,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난들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기후 변화 등 이 시대의 변화는 점점 더 빠르고 더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본부 사역자로서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해야 선교 현장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저의 관심은 교회와 선교사님들을 만족시키는 것과 트랜드에 맞춰 세련되게 계획된 사역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뭔가 있어 보이는 본부 사역자를 꿈꿨던 저의 야망이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선교 완성을 향한 골방기도 운동
하지만 고민이 깊어질수록 하나님께서는 컴미션에 주신 미전도 종족 선교에 대한 유업을 제게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땅끝까지 복음이 전해지면 끝이 온다는 선교적 종말, 우리가 가면 주님이 오신다는 레디컬한 외침,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진리와 멈출 수 없는 선교 등 컴미션 공동체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가치들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특히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골방에서 열방을 품는 ‘무릎 선교’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이재환 선교사님께서는 선교사 1명당 적어도 100명의 무릎 선교사가 필요하다고 늘 말씀하셨고 무릎 선교가 이뤄지는 골방은 영적 전쟁에 있어 워룸이라고까지 표현하셨습니다. 컴미션의 무릎 선교의 유업을 잇기 위해 7월부터 온라인으로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골방기도실’을 시작하였고, 10월부터는 미전도 종족 선교 소식을 담은 ‘골방 뉴스’를 배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무릎 선교에 대한 사역이 확장되면서 제 안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더 이상 현장 선교사님들을 관리하는 차원이 아닌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동역자로서 접근하게 되었고, 각각의 선교 현장과 미전도 종족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만큼 전략적인 기도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릎 선교는 정말로 효과적인 현장 지원 사역일 뿐만 아니라 선교 완성을 위한 첫 단추인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 번의 변화 그리고 소망
어느덧 추운 겨울이 찾아온 컴미션 미국 본부는 또 다른 변화 앞에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 앞에 서있는 정민경 선교사님, 발칸반도 개척을 위해 파송을 앞두고 있는 조현민 목사님, 그리고 셋째 육아를 시작한 저희 가정까지… 새롭게 맞이할 2023년에도 미국 본부 공동체는 M2414의 비전을 가지고 하나님 나라를 향해 전진할 것을 믿습니다.
언젠가 저희 가정이 떠날 날이 올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오늘도 부지런히 하나님을 따라 살아야겠습니다. 본부 사역자로서 부족한 저희 가정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아낌없는 사랑으로 품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3년에도 주님의 다시 오심을 사모하며 선교적 사명을 이루어 가는 모든 컴미션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