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어 일하시는 하나님 / 이수현 선교사(컴미션 미국 본부)

조현민 선교사님이 2021년 9월 16일 킹 살렘 훈련원을 처음 방문했던 그날부터 2023년 6월 8일 코소보를 향한 출국을 앞둔 지금까지의 시작과 끝을 목격한 저로서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라는 다소 뻔한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조현민 선교사님이 거쳐온 모든 과정은 정말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불가능한, 사람의 힘으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선교가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고 선교의 주체가 하나님이라고 해도, 저는 본부 사역자로서 ‘누구든지 선교사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선교사가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선교사는 영적 전쟁의 특수 부대원으로서 헌신된 자세를 기본으로 깊은 영성과 탁월한 지성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 대한 야성을 지녀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이를 위해 선교사 후보생은 본부에서 철저한 훈련을 받게 되고 본부는 냉철하게 선교사로서의 자질을 검토하여 파송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있어 조현민 선교사님의 여러 조건들: 시니어를 앞둔 적지 않은 나이, 남자 싱글이라는 위태로운 신분, 10여 년 넘게 섬겼던 교회에서 Lay off 당했다는 사실,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는 건강 상태 등은 선교사로서 분명한 결격 사유였습니다. 결정적으로 이재환 선교사님과의 첫 면담에서 던져진 ‘선교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조현민 선교사님의 대답은 컴미션이 지향하는 M2414 정신과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이재환 선교사님께 마치 혼이 나는 것처럼 보였던 조현민 선교사님을 바라보며 저는 ‘저 사람은 선교사로 파송 받긴 힘들겠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하나님은 제가 그어둔 선을 넘어 일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조현민 선교사님은 10월 초 킹 살렘 훈련원에 입소하였는데, 10월이었지만 여전히 뜨거운 태양 아래 대추 수확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보통 선교사가 되겠다는 대단한 결단을 하고 훈련원에 입소한 훈련생들은 체계적인 선교 훈련 프로그램이나 세련되게 짜인 커리큘럼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킹 살렘 훈련원에는 강의 시간 대신 노동 시간이, 프로그램 대신 단조로운 일상이 주어집니다. 광야에서 반복되는 노동은 선교사를 꿈꾸며 입소한 훈련생들에게 적잖은 당혹감을 가져다줍니다. 

입소한 지 보름 정도 지났을 때 만난 조현민 선교사님은 저에게 훈련원에서의 생활이 ‘너무 좋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예의상 하는 소리라고 넘겼습니다. 그리고 또 한 달 정도 지나 본부에서 다시 만난 선교사님은 저에게 ‘본인이 기도해 왔던 최적의 훈련 장소’라며 불편했던 어깨 통증도 훈련원에 온 뒤로 오히려 좋아졌다는 치유의 고백을 덧붙였습니다. 땡볕에서 하루 종일 일하면서 정신이 이상해진 건 아닌지 의심되는 고백이었습니다.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흘러 킹 살렘 훈련원의 추수철이 끝날 무렵, 선교의 ‘ㅅ’자도 모른다고 평가받았던 조현민 선교사님에 대한 평가는 우리 컴미션이 꼭 파송해야 할 좋은 선교사로 180도 뒤집혀 있었습니다.

1월, 킹 살렘 훈련원에 농한기가 찾아오면서 조현민 선교사님은 저의 요청으로 미국 컴미션 본부로 자리를 옮겨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1-2시간씩 아침 묵상을 통해 지나온 삶을 나누고 다양한 업무를 함께 진행하면서 팀워크를 다져 갔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 역시 조현민 선교사님의 진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인간관계를 잘 맺고 요리와 노래를 잘하며, 주어진 업무를 기쁨으로 감당하는 것 이상으로 컴미션이 지향하는 선교의 방향과 접근 방식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흡수해 나갔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선교사 지원서에 드러난 있는 다양한 결격 사유 뒤에는 고난을 딛고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팩트로 보였던 결격 사유들이 하나님 눈에는 좋은 선교사로 준비하기 위한 연단의 흔적이었습니다.   

조현민 선교사님은 자신의 처지를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예수님을 의지하여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고 표현하셨습니다. 저는 그 걸음걸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목격했습니다. 계획했던 동아프리카의 길이 막히자, 코소보라는 선교지가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떠올랐습니다. 코소보로 선교지를 정하고 계획한 정탐 여행길이 막혀 공항에서 돌아왔지만, 하나님은 더 좋은 타이밍에 정탐 여행을 허락하셨습니다. 파송해 줄 교회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눈 떠보니 두 개의 교회에서 각각 1호 선교사로 파송을 해주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돌이켜 보니 조현민 선교사님의 부족함은 하나님의 풍족함을 드러내는 패러독스의 연속이었습니다. 안개 속에 내디딘 믿음의 걸음에는 돌다리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물 위를 걷는 기적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하나님은 제가 가진 다양한 기준선과 선입견을 깨주시는 놀라운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넘어지고, 또 넘어트리려 하는 사단과의전투가 눈앞에 놓여 있지만, 마치 하나님께서 모세와 함께하셨던 것처럼 코소보와 발칸 반도의 모든 민족을 향한 출애굽의 여정에 조현민 선교사님을 사용하시고 함께하실 것을 믿으며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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