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이 임하옵시며 2024년 2월

여는글 - 겨울은 잠시 숨을 고르며 눈 속에서 새 생명을 잉태해는 시간인데...

우리 훈련원이 위치해 있는 광야에도 사계절이 있다. 여름에는 건조하며 무덥지만 겨울에는 눈도 온다. 겨울이 된 지금의 한낮은 쌀쌀한 정도지만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상당히 심하다. 수도관을 싸주지 않으면 터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겨울 하늘은 다른 계절보다 더 높고 더 깨끗하다. 옅은 파스텔 톤 하늘색과 옅은 하얀 구름이 어우러져 참으로 평화롭다. 어쩌다 눈이 오면 대지가 겨울 왕국으로 둔갑한다. 파란 하늘도 온퉁 하얗게 된다. 눈으로 가득 덮인 광야는 빛이 번쩍이는 것 같이 눈이 부시다. 사방팔방이 모두 흰색으로 하나가 된다. 나뭇가지와 지붕에 쌓인 눈이 투명할 정도로 밝고 깨끗하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훨훨 창공을 날아 한숨에 지구 끝까지 닿을 것 같다. 이스라엘을 다녀온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이스라엘의 한겨울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살 때 “당신의 소원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주저없이 “단 1분만이라도 겨울이 살짝 왔으면 좋겠다.”고 대답하였다. 겨울을 경험하지 않은 그 땅은 1년 내내 벌레가 끊이지 않는다. 덥다는 생각이 머리를 온통 지배하기 때문에 두뇌가 빨리빨리 돌아가지 않는다. 사방으로 공격해 오는 모기 때문에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1년 내내 모기장 속에서 잠을 자야 하고 그외 전갈, 독개미, 메뚜기, 개구리, 거미, 도마뱀… 기타 이름도 모를 열대 해충들을 경계해야 한다. 겨울이 없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모든 해로운 것들이 사라지거나 죽임을 당하고 병들고 썩는 것들이 방지되거나 소독된다. 겨울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가 아름답고 질서 있게 유지되도록 주신 휴식의 시간이다. 농부들에게는 바쁜 손을 잠시 내려놓고 새해를 설계하는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쉬어야 하고 평안을 누려야 하는 겨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전쟁 통에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종교적, 정치적 압박으로 고국을 등지고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 추위까지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 지진 등 자연재해로 무너진 집에서 공포에 떠는 사람들, 집 없는 노숙자들… 이들을 보며 제일 고통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겨울은 새 생명을 낳기 위해 조용히 눈 속에 들어가 생명을 잉태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인간의 탐욕이 지배하는 땅에서 신음하는 자들에게는 겨울이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하루속히 겨울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끼며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 드리고 땅에는 모든 사람이 평화를 누리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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