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너는 이 말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전할지니라 (출 19:5-6)
내가 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선물
지난 2022년 안식월을 보내는 중 한 선교사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대화를 통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는지, 또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생 때부터 오랜 시간 소원해 왔던 한 가지가 생각났습니다. 예수전도단(Youth With A Mission)에서 9개월 동안 진행되는 귀납적 성경연구학교 과정을 20여 년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학생이었고, 간호사였고, 선교 현장에 선교사로 있었고, 또 선교 단체 본부에 있으면서 9개월의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는지 때마다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40대를 맞이하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미루지 않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본부 이재환 선교사님 내외 분과 스텝들의 배려로 2023년 1월부터 9개월 동안 귀납적 성경연구 방법론을 배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신구약 66권을 다 들여다봐야 하는 것에는 시간적 제약 속에 여유와 쉼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9개월 동안 먹고, 말씀을 보고, 잠자는 단순한 일상은 저를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게 했는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귀한 시간을 제게 선물로 주신 것 같아 날마다 감사의 고백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귀납적 성경 연구
귀납적 성경 연구 방식은 복음서, 서신서, 율법서(모세오경), 역사서, 선지서 등등 각각의 문학적 장르에 대한 이해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갖고 하나님과 성경 저자의 의도를 찾아가면서 성경이 연구자 각각에게 주시는 메시지들을 발견합니다. 성경이 우리를 위해 기록된 것은 맞으나 우리에게 기록된 것은 아니기에 그 본문이 처음 쓰여졌을 때 어떤 의미와 목적으로 쓰여졌는지를 본문과 성경 전체에서 찾아나갑니다. 또 원독자들의 배경을 고려하면서, 그렇다면 저자가 그 원독자들을 염두하고 기록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즉, 성경의 본문을 지금 우리 시대에게 주어진 말씀으로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이야기 속의 인물들, 그리고 원독자들에게 주어진 말씀으로서 해석하며 하나님의 관점을 발견하는 방식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내가 어떻게 그 말씀을 적용하며 삶으로 살아 나갈 것인가를 도전합니다.
제사장 나라, 거룩한 백성
저는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언약 백성 삼으시고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게 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분명하신 목적과 성실하신 그의 열심을 성경 전체에서 말씀하고 싶어하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출 19:5-6). 이 소식을 전하는 것이 이스라엘 자손들의 사명이었고, 그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재편성될 이방인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컴미션에게 주어진 사명도 이에 동참하여 그 천국 복음이 증거되기 위하여 모든 민족에게 전파되는 일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요시야와 다니엘
공부하면서 성경 인물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인물 두 명이 있는데, 그들은 요시아 왕과 다니엘입니다.
첫 번째, 요시아는 남유다의 왕으로, 그의 할아버지는 악을 행하고 무죄한 자의 피를 심히 많이 흘리게 하여 하나님께서 유다에 재앙을 내리기로 결정하게 한 므낫세였고(왕하 21:11-15), 그의 아버지 아몬 또한 므낫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왕이었습니다. 그리고 요시야는 아몬의 뒤를 이어 8살에 남유다의 왕이 되었는데, 그는 남유다가 망할 것이 확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왕하 22:17) 율법책을 발견한 후 회개의 자리로 나아갔고, 종교 개혁을 일으켰으며, 유월절을 지켰던 왕이었습니다.
두 번째, 다니엘은 남유다 왕 여호야김 통치 3년, 느부갓네살에 의해 바벨론으로 끌려간 1차 포로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단 1:1). 그는 바벨론 왕궁에 설 만한 왕족이나 귀족 몇 사람 중에 속하는 멋진 용모에 지혜롭고 똑똑한 인물이었습니다(1:3-4).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뜻을 정하여 왕의 음식과 포도주로 자신을 더럽히지 않았으며(1:8), 바벨론 왕이었던 느부갓네살, 벨사살, 메대 왕 다리오, 바사 왕 고레스까지 총 네 명의 이방 왕을 섬겼던 사람입니다. 그는 네 명의 왕을 섬기면서 때와 계절을 바꾸시며 왕들을 폐하기도 세우시기도 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하실 일을 다니엘에게 보이시고, 또 이루시는 것을 보았습니다(2:19-23). 그는 꿈을 꾸는 자였고, 그 꿈을 해석하면서 왕에게 이 땅의 강력하고 주권적이며 영원하신 통치자는 하나님 한 분이심을 전했습니다(4:26). 사자굴에 들어가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6장), 어렸을 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떠나게 된 고국 이스라엘의 죄를 자복하고 기도하는 사람이었습니다(9:20).
요시야왕과 다니엘의 연관성
이 두 인물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면서 1차 포로로 잡혀갔던 다니엘(B.C. 605년)은 이방의 예배를 없애고, 유월절을 지키며, 마음과 뜻을 다하며 힘을 다하여 모세의 율법을 따라 하나님께 돌이켰던 바로 그 시대, 요시야왕의 통치 시기(약 B.C. 640-609년) 가운데 자랐다는 시기적 연관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방 땅에서 세상 왕을 섬기면서도 하나님께서 영원한 주권을 갖고 다스리고 계심을 믿는 믿음이 바로 이때 즉, 바벨론으로 끌려가기 전 요시아의 통치 시기 형성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포로의 삶 속에서도 자신의 거룩한 정체성을 위한 투쟁을 할 수 있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계절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하나님 앞에서 묻고 또 순종하며 믿음의 길을 갔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을 각오를 하고 사자굴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탁월한 정치가로 살아갈 수는 있었겠지만 하나님이 그를 통해 하길 원하시는 것은 하지 못했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탁월한 능력조차도 포기할 수 있는 결단을 했던 다니엘을 통해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의 정체성을 더 깊게 하는 선택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도전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것에는 확정된 재앙 속에서도 하나님께 은혜와 긍휼을 구하는 한 왕이 있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요시야가 다니엘과 같은 인물을 염두하고 개혁을 일으켰는지 지금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또 그때 당시에는 절망밖에 보이지 않은 것 같았겠지만 다니엘과 같은 열매를 낳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하나님을 향한 회개의 눈물과 타협하지 않은 믿음의 삶은 분명 또 하나의 생명을 낳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비록 그 열매를 나의 생전 볼 수 없다 할지라도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은 씨앗을 뿌리는 일인 것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됩니다.
Go Your Way Till the End
다니엘서 마지막 장 마지막 절은 이렇습니다(12:13). 개역 개정은 ‘너는 가서 마지막을 기다리라’, 우리말 성경은 ‘마지막까지 네 길을 가라’, 표준 새번역은 ‘너는 끝까지 신실해라’, ESV는 ‘Go your way till the end’ 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요시야왕은 므낫세 왕으로 인한 하나님의 확정된 심판을 되돌릴 순 없었지만,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했고, 그가 단행했던 대대적이고 국가적인 종교 개혁은 비록 그가 죽기 전 열매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다니엘과 같은 신실한 믿음의 사람, 이방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소년 시절부터 타협하지 않는 믿음으로 80세가 훨씬 넘은 나이를 살았고, 그런 그를 향해 세마포 옷을 입고 강물 위쪽에 있는 자는 계속 너의 길을 가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12:7). 그의 길이 틀리지 않았기에, 걸었던 그 길을 계속해서 끝까지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록 꼭 예루살렘이 아니라도 그를 부르신 곳에서 하나님을 경외하며 부끄럽지 않게 증인의 삶을 살았던 다니엘에게 지금처럼 계속 그 길을 걸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80이 넘어도 다니엘은 그가 걷던 그 길을 계속 끝까지 신실하게 걸어야 했습니다.
다니엘에게 당부했던 그 도전이 나에게...
하나님은 다니엘에게 하셨던 마지막 말씀으로 저를 도전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갖고 지금처럼 신실하게 그를 따르는 길을 계속 걸으라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방 땅에서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타협하지 않았던 다니엘의 삶처럼 40대 인생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조금은 헤매며 어려워했던 제게도 복음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증인의 삶을 끝까지 신실하게 살아가도록 다시 한번 격려하시고 도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2024년에도 믿는 모든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저로 주가 여시고 이끄시는 길을 성실하게 잘 걸어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