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 노동은 하나님이 우리들에게 주신 축복이다
한 여름의 노동은 힘들다.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있는 곳에 앉아 냉수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올해는 더위가 예년보다 더 빨리 왔다. 문을 열고 나가면 이글 거리는 태양의 열기에 살갗이 익는 것 같다. 사막 광야에서 지구의 온도가 매년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험한다.
그런데 이 더위에 광야를 찾아 온 사람들이 있다. 시애틀 형제 교회에서 10명의 단기 봉사자들이 소중한 여름 휴가를 킹 살렘 농장 훈련원을 돕기 위해 찾아 오신 것이다. 먼 선교지에는 가지 못하지만 미국 안에 있는 아프리카를 간접 경험하기에 좋은 곳으로 오신 것이다. 주로 50대 장로님들과 집사님들이다. 인터넷도 되지 않고 전화 통화도 힘들다. 보이는 것은 광야와 파란 하늘이다. 새벽 5시 30분에 일을 시작한다. 아침 부터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8시에 아침을 먹고 점심 시간까지 조를 짜서 대추 숙성실을 짓고, 지붕을 수리하고, 큰 소나무를 자르고, 동물들의 안식처인 나뭇가지 더미들을 치우는 노동을 한다. 점심 먹은 후에는 잠시 쉰다. 화씨 100도(섭씨 38도) 이상인 밖에 나갔다가는 일사병에 걸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휴식 후에 함께 모여 <선교를 통해 오는 하나님 나라>에 대해 말씀을 공부하고 오후 5시 30분에 저녁을 먹은 후 다시 나간다. 태양볕이 살짝 고개를 수그렸지만 그래도 무덥다. 저녁 8시 30분, 해가 질 때까지 일을 한다. 때로는 불을 키고 일을 한 적도 있다.
때도 없이 수탉이 울어댄다. 도마뱀이 재빠르게 기어다니고 까마귀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새들이 잘 익은 열매들을 찾아 하늘에서 빙빙 돈다. 배고픈 다람쥐와 두더지들이 농작물을 찾아 이리저리 바삐 움직인다. 농사는 동물과의 싸움이다. 그래도 신나는 것은 텃밭에서 자라는 상추와 시금치, 깻잎을 실컷 먹을 수 있다. 암탉들이 낳은 푸른 계란을 매일 먹을 수 있다. 풍성한 시골 밥상을 마주하며 짧은 시간이지만 자연을 매우 가깝게 누리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노동하지 않고는 아름다운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무공해 유기농 식품을 먹을 수 없다. 누군가는 땀을 흘려야 하고 수고를 해야 한다. 깨끗하게 손질된 식품을 마켓에서 구입하여 먹으면 작은 깻잎 한장에 닮긴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없다. 자연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통치를 체험할 수 없다. 아담과 하와가 범죄하여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며 받은 벌이 노동이라고 하지만 땀흘림의 소중함을 체험하게 되면 노동은 하나님이 우리들에게 주신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