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이 임하옵시며 2024년 11월호

여는글 - 폭탄 무더위를 함께 나누며 선교대추를 수확했습니다

지난여름 이곳 농장은 화씨 110도를 오르내렸다. 훈련원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무더웠다. 뜨거운 열기를 참아내느라고 사람들도 힘들었지만, 나무들도 무척 힘들었던 것 같다. 물을 많이 주었는데도 체리나 복숭아 나뭇가지들이 말라 버렸다. 그래도 열대 기후에 잘 적응하는 대추나무는 잘 견디어 주었다. 5월에 대추 꽃이 무성해 올해는 대추 풍년이라고 예상했었다. 예상대로 열매가 많이 맺혔다. 그런데 뜨거운 날씨로 인해 대추가 제대로 크기도 전에 빨갛게 익었다. 빨갛게 된 대추는 마침내 많이 타버렸다. 건조대 위에 올라온 대추들 가운데 태양의 직격탄을 맞은 열매들이 무수하다. 늘 그렇듯이 새와 동물들이 쪼아 놓거나 맛을 본 대추도 매우 많다. 좋은 것도 많고, 탄 것도 많고, 동물에게 상처받은 것도 많다. 덕분에 일도 많다.

태양과 바람이 대추를 빨리 건조시켰다. 작년에 비해 2배는 빨리 마른 것 같다. 다행히 비도 내리지 않아 대추를 말리는데 속도감이 났다. 비가 오면 수건을 들고 대추를 닦아야 하는데 올해는 그런 고생을 하지 않았다. 큰 대추가 많이 없고 작은 것들이 엄청 많다. 열매를 딸 때 손이 많이 필요했다. 건조대 위에 있는 대추들을 골고루 돌려가며 잘 마르게 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했다.

매우 감사한 것은 수많은 대추 열매를 따기 위해 시애틀에서 5팀이나 왔다. 10명 정도씩 매주 훈련원을 방문하여 비지땀을 흘리며 대추 수확에 참여했다. 하나님께서 이번에 대추가 많은 것을 아시고 많은 분을 자원하게 하신 것 같다. 참으로 신비하고 놀랍고 감사한 일이다.

농사는 함께 하는 것이다. 함께 고통의 시간을 통과하며 보람을 공감하는 것이 농사를 짓는 기쁨이다. 메마른 광야에서 주렁주렁 달린 대추를 딸 때마다 힐링이 된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굵은 땀방울을 대추밭에 뿌리면서 떠날 때는 풍성한 헌금까지 하였다.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우리가 수고비를 드려도 부족한데 봉사자들은 열심히 대추를 따고는 헌금까지 하고 가니 이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하나님 나라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하나님 나라를 사모하는 사람만이 세상의 계산법이 아닌 하나님 계산법으로 살아 가는 것 같다. 이 사랑의 헌신과 헌금이 어둠의 땅 가운데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며 십자가에 담긴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증거하는데 의미 있게 쓰여지기를 기도한다.

풍성한 열매와 풍성한 사랑으로 가득 찬 여름을 보내며 노동할 수 있는 건강을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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