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본부 사역을 시작한 지 2년이 된 신참내기입니다. 지난해 본부 사역을 시작하면서 계산해 보니, 제가 한국을 떠나 선교 현장에 있었던 시간이 17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7년 동안 한국엔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 변화들은 다양한 정보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저의 한국 본부 사역의 시작은 이 새로운 정보들과 전쟁을 벌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도 과거 제가 알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정치와 관련한 사건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남자와 여자, 경제를 바라보는 눈, 미래에 관한 이슈들까지… 사람들의 상식, 가치관, 세계관 등이 크게 바뀌어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이 변화들은 우리가 인식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씩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되었을 것입니다. 변화를 감지하지 못할 만큼 서서히 서서히 말입니다. 변화되었지만, 변화로 인식하지 못하는 변화. 이런 부류의 변화는 변화의 내부에 있는 사람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변화의 외부에서 이 변화를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는 쉽게 인지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컴미션 본부 안에서도 17년의 세월이 바꿔놓은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본부는 인지하지 못하는 변화들이었던 것이죠. 17년 전 제가 한국 컴미션 간사로 본부 사역을 했을 때와 지금과는 분명, 여러 변화가 있습니다. 저는 이번 본부 사역에 들어와 느끼는 이 변화들이 앞으로 한국 본부의 사역에 중요한 부분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물론, 17년 동안 한국이 아닌 선교 현장에 있었던 제가, 현장에 익숙한 생각을 하고, 현장의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수학에는 수직선(Number Line)이라는 게 있습니다. 수직선의 개념은 수학에서 존재하는 모든 수를 일렬로 점을 찍으면 그 점들이 모여 선, 즉 수직선을 이루게 된다는 것입니다. 점들의 무한집합입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자연수만 배웠습니다. 수직선에 이 자연수로 점을 찍어봐야 그 점들로는 연결된 직선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정수를 배웠습니다. 그러나, 자연수와 정수를 합해도 연결된 직선을 얻을 수 없습니다. 유리수, 무리수를 더해도 원하는 연결된 수직선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자연수, 정수, 유리수, 무리수를 모두 합해서 점을 찍어도 수직선의 중간 중간엔 채울 수 없는 빈 곳들이 있기 때문이죠. 수직선의 빈 공간을 빼곡히 채워줄 새로운 수들을 모두 배워야 우리가 원하는 연결된 직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 컴미션은 하나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도래하는 데 쓰임 받기 위해 세워진 단체입니다. 그래서 M2414가 늘 우리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가시와도 같습니다. 저는 요나선교학교를 통해서 선교를 배웠습니다. 대학 시절 받은 한국 요나선교학교 3기를 시작으로 파송을 받고 선교지로 가기 전까지 제가 반복해서 들은 요나선교학교는 최소 10번 이상이 될 것입니다. 이 외에도 CGNTV가 녹화한 요나선교학교도 여러 번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회복’, ‘우리는 가고 주님은 오신다’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 내용이고 이것이 컴미션이 추구하는 핵심이라고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2년 동안 한국 컴미션 본부 사역을 하면서 제가 경험한 한국 컴미션의 변화들은, 과거 제가 배우며 다짐했던 ‘요나선교학교의 내용과 현재의 제가 얼마나 멀어져 있나’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요나선교학교 때에 은혜를 받았고, 도전이 되었고, 새롭게 알아졌던 것들 때문에 감격했고 그래서 선교지에 가서 배운 것들을 적용시키리라 다짐했던 ‘나’와, 17년이 지난 현재의 ‘나’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17년 동안, 제가 인식하지 못하게 서서히 변화되었던 것입니다. 나는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가? 나는 하나님 나라를 얼마나 알고 있지? 이 하나님 나라의 회복을 위하여 하나님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시지? 그리고 어떻게 역사하시고 계시지? 이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오게 하기 위하여 나는 무엇을 하고 있지? 내가 가는 방향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인가? 목적지는 분명한가? 하나님 나라의 회복을 위해 나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지? 이 하나님 나라를 도래하기 위하여 어떤 사람들이 세워져야 하지? 그 사람들을 세우기 위하여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등의 질문은 ‘컴미션이 추구하며 가려고 하는 방향의 근본적인 것들’에서 제가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질문들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들을 한국 컴미션에 적용시켜 봤을 때, 한국 컴미션 또한 저와 동일하게 근본에서 멀어져 있는 것들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서두에서 밝힌 2년 동안 한국 컴미션 사역을 하면서 제가 느끼는 “한국 컴미션 안에 변화들이 있었다”의 내용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회복”이라는 수직선에 빈 곳이 있음이 드러난 것이죠. 저는 이것이 은혜이고 감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빈 곳을 발견하게 되었으니, 그것을 채우기 위해 배우고 찾고 하면 될 일이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요. 그래서 한국 컴미션은 이 수직선 채우기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나라, 컴미션의 목적지와 방향, M2414, 컴미션이 말하는 제자 등을 하나하나 고민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마지막 때에 쓰임 받는 제자들을 세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님은 참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십니다. 컴미션이라는 가족이 무엇인지, 하나 됨이 무엇이지, 세워져 가는 것이 무엇인지, 소망, 비전, 기쁨, 믿음, 사역 등등의 단어들이 경험되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직선이 다 채워지는 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희 때에 오지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하나 배우며 점들을 찍어갈때 한국 컴미션이 하나님 앞에 조금이나마 쓰임 받게 되지 않을까 믿고 있습니다.
이 일은 한국 컴미션 본부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현장이 함께 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현장과 유기적으로 함께 가야 가능합니다. 함께 동원하고, 함께 훈련하고, 함께 사역하고, 함께기뻐하고, 함께 슬퍼하고, 한 몸으로 말이죠. 그래서 2025년이 기대가 됩니다. 하나님께서 한국 컴미션을 통해서 어떤 일을 행하실지,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어떤 꿈을 꾸게 하실지기대가 됩니다. 선교 완성은 이루어질 것이고, 하나님의 나라는 반드시 오게 될 것입니다. 한국 컴미션은 이 일에 부름을받았고, 마지막 때에 쓰임 받는 제자가 컴미션을 통해 반드시나올 것입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