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 인도네시아 방문기 / 이수현 선교사 (컴미션 미국 본부)

라마단 기도운동의 시작

해마다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이 다가오면 저는 라마단 기도운동 준비로 분주해집니다. 라마단 기도 운동은 이슬람의 다섯 기둥(의무) 중 하나인 라마단 금식 절기에 맞춰 무슬림을 위해 중보하는 기도 운동으로 과거에는 이슬람이라는 사단의 종교에 대항하는 ‘역라마단’ 기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각 나라의 무슬림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고 기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라마단 기도운동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고, 컴미션이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핵심 무릎 선교 사역이기도 합니다. 이 기도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재환 선교사님은 해마다 라마단 기간이 되면 홍보 포스터를 만들어 배포하고 라마단 특집 칼럼과 무릎 선교사 기도회 등으로 분주해지셨습니다. 2017년 라마단을 앞두고 이재환 선교사님은 좀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라마단 기도운동을 위해 이슬람협력기구(OIC) 57개 회원국을 중심으로 기도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셨습니다. 저는 이재환 선교사님의 선택(?)을 받아 이 프로젝트의 실무를 맡게 되었고 올해로 8년째 라마단 기도 뉴스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습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생소한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기도 뉴스를 제작하는 작업은 저에게 다소 무모한 작업이었습니다. 저의 부족함과 실수로 그 나라와 수많은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왜곡시키거나 가로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큰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이 일을 기뻐하신다는 확신과 많은 무릎 선교사님의 참여와 격려에 힘을 입어 담대하게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

저에게 올해 라마단이 더욱 뜻깊은 이유는 태어나 처음으로 라마단 기간에 이슬람권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재환 선교사님께서는 종종 ‘그 나라와 그 종족을 품고 기도하다 보면 어느새 그곳에 가고 싶어지게 되고 결국 그 땅을 밟게 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드디어 그런 일이 제게도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슬람을 대표하는 중동과는 조금 다른 동남아 이슬람을 혹자는 엉터리 이슬람이라고 평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19억 무슬림의 11.5%에 해당하는 약 2억 2천만 명의 무슬림이 살고 있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이자 인도,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4위 인구 대국입니다. 주류 종족인 자바족(40%)과 순다족(15%) 외에도 800여 개의 종족이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으며, 18,000여 개의 섬과 바닷속 숨겨진 풍성한 자원과 아름다운 관광지들은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진 국가인지를 보여줍니다. 더욱 특별했던 것은 출국하는 날이 제 생일이어서 저는 하나님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이재환 선교사님, 권봉오 미주 이사님과 함께 약 열흘동안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며 이곳의 라마단 풍경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첫번째 만남: C국 선교 컨퍼런스

이번 여행은 이재환 선교사님께서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C국인 선교 컨퍼런스에 메인 강사로 참석하게 되시면서 저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왜 C국인들이 바다 건너 인도네시아까지 와서 선교 집회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어 설명을 해드리자면, C국 공산당은 2018년부터 또 한 번의 대대적인 기독교 탄압을 진행해 왔습니다. 선교사들은 추방되었고, 비밀리에 활동하던 가정 교회는 물론이고 C국 공산당의 인가를 받은 삼자교회조차 줄줄이 폐쇄되었습니다. C국 교회를 대표하는 리더들은 공안에 잡혀가 협박을 받게 되었고 더욱 치밀해진 감시망을 피해 공개적인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C국 크리스천들은 이러한 핍박 속에서도 보안 메신저로 소통하고 변칙적인 시간에 온라인 예배를 드리며 신앙을 지켜왔습니다. 어느 정도 핍박이 잠잠해지자 한 선교단체가 비교적 C국 국적자가 입국하기 쉽고 C국 공안의 영향력이 덜 미치는 인도네시아에서 이번 선교 컨퍼런스를 기획하게 되었고 C국 본토 다양한 지역에서 모인 170여 명의 헌신된 크리스천들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때 마지막 복음’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컨퍼런스는 2박 3일의 짧은 일정으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항공료와 참가비를 기꺼이 지불하고 공안에게 발각될 위험을 각오한 참가자들로 채워졌습니다. 이러한 헌신된 참가자들로 인해 컨퍼런스는 첫날부터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그동안 핍박 속에서 숨죽이며 찬양하던 예배자들이 온 마음과 온 힘으로 드리는 찬양 소리는 하늘을 울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밤늦도록 이어지는 집회 속에 잠이 든 어린 자녀를 안고 눈물의 기도를 드리는 부모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컨퍼런스 마지막 날 이재환 선교사님이 남은 삶을 선교사로 바치겠다는 결단을 한 사람들은 강단 앞으로 나오라고 도전하자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참가자 전원이 나아와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중 70여 명은 현장 선교사로 헌신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C국 교회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C국 교회에 대해서 중화사상과 같은 민족주의가 너무 강한 것은 아닌가 은근히 평가절하했던 면도 없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하나님께서 어떻게 C국 교회를 핍박 속에 전 세계로 흩으시고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셨는지, 또 고난을 통해 오히려 더 밝고 더 뜨겁게 빛나는 C국 교회의 강한 제자들을 세워 가시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두번째 만남: 쇼핑몰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

짧지만 강렬했던 컨퍼런스를 뒤로하고 자카르타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습니다. 바로 어린 시절 요나선교학교를 통해 선교를 깨닫고 ‘그동안 인생 헛살았다’는 유명한(?) 고백을 남겼던 함기욱 선교사님이었습니다. 저희를 만나기 위해 자카르타에서 2-3시간 떨어진 반둥에서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와 주었습니다.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쇼핑몰을 방문했는데 이곳이 인도네시아인지 미국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화려한 쇼핑몰이었습니다. 함 선교사님 말에 의하면 인도네시아는 대체로 덥고 습한 열대 기후로 인해 쇼핑몰 문화가 발달해 있다고 합니다. 쇼핑몰에서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식당과 카페마다 커튼이 쳐져 있었는데 이유를 물어보니 라마단 금식 기간에 식사하는 사람들이 금식을 하고 있는 무슬림들을 자극하지 않고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서로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커튼을 친다고 합니다. 중동에서는 라마단 기간 낮에는 아예 가게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조금은 융통성(?) 있는 인도네시아의 라마단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최근 진행된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와 정치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부터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뿌리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등 제가 인터넷에서는 좀처럼 얻을 수 없는 입체적이고 현장감 있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저는 현장 선교사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나라와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는 자세와 이 나라 사람들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중하는 함 선교사님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현장 선교사는 본국의 교회와 후원자들에게 이 나라와 민족을 연결하는 중재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말 한마디를 신중하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세번째 만남: K-Eduplex 방문

C국인 선교 컨퍼런스에 강사로 섬겨 주셨던 <내려놓음>의 저자 이용규 선교사님께서 저희 일행을 초대해 주셔서 K-Eduplex(Korea Education Complex)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K-Eduplex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다음 세대들을 기독교 배경을 가지고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종합교육 단지로, 영어 유치원과 기독교 초중고등학교 그리고 자카르타 국제 대학교가 들어서 있습니다. 사실 기독교 배경을 가진 종합교육단지를 외국인이 그것도 이슬람권 국가에 합법적으로 설립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는게 합당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불가능한 일을 하시기로 작정하셨고, 이미 오래전에 인도네시아의 첫 한인 선교사셨던 서만수 선교사님을 통해 땅을 준비해 두셨다고 합니다. 이재환 선교사님께서 신대원 다닐 시절에 땅을 샀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하니 얼마나 옛날 일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때가 되자 이용규 선교사님과 수많은 동역자들을 통해 K-Eduplex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50억이 넘는 건축 비용과 매년 발생하는 운영비는 어떻게 충당하며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캠퍼스를 거닐며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마음은 경제학적인 셈이 아니라 예수님의 피 값으로 세워질 이 나라의 다음 세대들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이 일에 이사야서 6장 8절 말씀처럼 기꺼이 순종하는 마음으로 자원한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은 이루셨고 앞으로도 인도해 가실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네번째 만남: 컴미션 베이스 방문

자카르타 일정을 마치고 저희는 비행기로 약 2시간 반 떨어진 M시으로 이동했습니다. M시는 컴미션 베이스가 있는 곳으로 채부흥 & 채사모 선교사님(2001년 파송)을 시작으로 이영광 & 장나라 선교사님(2005년 파송)과 이생명 & 이다해 선교사님(2017년 파송)까지 3대에 이어 선교하고 있는 베이스입니다. 인도네시아 베이스에는 초창기부터 함께하고 있는 현지인 사역자 그룹과 이생명 선교사님과 함께 일하는 비즈니스팀 그리고 선교 완성을 꿈꾸는 GEMI교회 공동체가 있습니다. 현재는 중동 선교를 위해 떠난 채부흥 & 채사모 선교사님과 한국 컴미션 대표직 수행을 위해 자리를 비운 이영광 & 장나라 선교사님의 빈 자리를 이생명 & 이다해 선교사님이 지키고 계셨습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특별한 일정을 만들지 않고 공동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사역하는 곳을 방문해 보고 현지인 사역자들을 만나 축복하며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힘들었거나 즐거웠던 일들을 나눠도 보고 현재 당면한 선교적 과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선교 현장 경험이 많은 이재환 선교사님과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계신 권봉오 이사님께서 본인들의 경험을 말씀해 주셔서 더욱 풍성한 나눔이 되었습니다. 본부 사역자로서 그동안 선교사님께서 보내주신 기도 편지를 통해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어느 정도 알고 기도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제가 알고 있었던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매일 일어나는 치열한 영적 전투 가운데 고군분투하시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며 존경스러운 마음과 동시에 충분히 기도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1명의 현장 선교사 뒤에는 100명의 무릎 선교사가 필요하다’는 이재환 선교사님의 말씀처럼 본부 사역자가 현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은 기도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길

이번 인도네시아 여정을 마무리하며 이다해 선교사님께서 나눠주셨던 기도와 금식의 능력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슬림들은 거짓의 영에 속아 목적 없이 기도하고 금식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기도하고 금식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와 금식을 통해 선교를 이루어 가십니다. 2024년 라마단도 거의 끝나갑니다. 이번 라마단 기간에 인도네시아를 방문하여 무슬림의 모습을 현실로 마주하며 이들을 위해 더욱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도와 금식을 통해 악한 영을 대적하고, 현장 선교사님들의 사역을 돕고, 진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무슬림 영혼들이 주님께 돌아오도록 기도하는 자로 더욱 견고하게 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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