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덕분에 / 이수현 선교사 (미국 본부 미디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2020년 2월 3일 컴미션 미주이사회가 열리던 날, 저희 가정은 1년 9개월간의 한국 국제 본부 파견을 마치고 미국 본부로 복귀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떠날 때, 조슈아 국제대표님께서 직접 공항까지 데려다주시는 과분한 대접을 받았는데 미국 본부에서도 저희가 거주할 공간은 물론 전화와 차량까지 준비해 주시는 국빈급 대접이 이어졌습니다. 저희 가정은 컴미션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넘치게 받은 사랑에 감사하며 미국 본부 공동체에 합류하였습니다. 돌아온 미국 본부에서 저는 미디어와 재정을, 제 아내는 차세대 양육(하규, 인규)과 공동체 식사 준비를 돕게 되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

코로나-19라는 재앙 앞에서 우리는 생명을 포함한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교회 예배당 문이 닫혔고, 선교의 문마저 닫히는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이 분명 존재했습니다. 컴미션에서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선교지의 현지인들을 위한 긴급 구호헌금을 모금하였습니다. 이순애 선교사님의 지시에 따라 광고를 제작하여 홍보를 진행하였고, 정말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셨습니다. 제가 재정도 담당했기 때문에 얼만큼의 헌금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미연방 정부에서 지급한 1,200불의 코로나-19 지원금을 통째로 헌금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교회들 역시 재정적 어려움 가운데 멈추지 않고 정기후원금은 물론 추가 헌금까지 보내주셨습니다. 넉넉함 가운데서 보내온 헌금이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 내어놓은 귀한 헌금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변함없이 하나님의 나라를 사모하는 소중한 마음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덕분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때문에’라고 생각했던 저의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덕분에 온라인을 통해 기존 교회 예배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출석하던 교회, 한국 본부에서 드려지는 예배 등 다양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덕분에 매일매일이 주일이 되었습니다. 또한, 시간이 맞지 않거나 너무 멀어서 참석하지 못했던 타선교단체의 기도모임과 로잔대회 같은 공신력 있는 행사 역시 태평양 건너 미국의 제 방에서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덕분에 온 가족이 함께 삶의 다양한 영역을 나눌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예배와 선교의 문이 닫힌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론 코로나-19 덕분에 문들이 더욱 활짝 열리고 있었습니다!

새 부대는

코로나-19 덕분에 새롭게 열린 문들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선교의 방향성을 제시하신다고 믿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예전에 해오던 방식을 대체하거나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선 창의적이며 파격적인 새로운 방식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가장 중요한 ‘새 포도주’가 되시는 예수님을 담는 ‘새 부대’는 더 이상 조직과 제도에 묶이지 않는 유연함과 정복하고 다스리는 운동력을 가진 그리스도의 제자들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선교는 마땅히 이래야 해’라고 생각했던 낡은 부대들을 모두 내려놓고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보고, 악플들이 즐비한 곳에 용기내어 선플을 남겨보기도 했습니다. 일면식이 전혀 없는 타선교단체가 진행하는 화상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남사스럽다고 생각했던 SNS를 제가 아닌 하나님을 자랑하는 곳으로 운영해 보았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삶의 모든 영역을 통해 선교하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앞으로도 탄력적으로 움직이고자 합니다.

진또배기 하나님

글로벌 팬데믹과 인종차별로 인한 소요사태, 역대급 캘리포니아 산불, 거기에 대통령 선거와 겨울 독감까지… 신신애씨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 노랫말처럼 2020년은 정말 요지경 세상입니다. 잘난 사람은 더 잘 살고, 못난 사람은 더 못사는 세상입니다. ‘짜가’가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진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진또배기’와 ‘찐’과 같은 표현들을 통해 이 세대가 얼마나 진짜를 열망하는지가 드러납니다.

세상 표현으로 ‘진또배기’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 나라의 ‘찐’ 소망으로 살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또 이것을 혼자가 아닌 같이 이뤄가는 가치 있는 공동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은 오늘도 어지럽고 시끄럽지만, 요한복음 16장 33절 말씀대로 이미 세상을 이기신 예수님으로 인해 평안을 누립니다. 오늘도 이 땅에 든든히 세워지는 단단한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