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글 - <분노의 포도>가 재연되는 시리아 난민들
공항에 내릴 때부터 레바논의 분위기가 4년 전과는 매우달랐다. 공기조차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미 뉴스를 통해 접했던 레바논 소식 때문일까? ‘베카’지역의 난민 캠프가 내게는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가 연상 된다. 미국에 일어났던 대공황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사건처럼 시리아의 정치적 내전으로 인한 혼란으로 조국을 떠난 150만 명의 시리아의 난민들이 이곳에서 생존의 싸움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6.25 동란의 비참함이 연상된다. 지주인 레바논의 사람과 그 농장에서 죽도록 일해도 살길이 막막한 노동자 사이에 일어나는 비참한 난민 생활이 바로 이 <분노의 포도>의 산지가 단지 ‘베카’로 변한 것뿐인 것처럼 보인다.
막을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일자리를 찾을 수 없고, 있다고 해도 너무도 박한 노임으로 이들은 죽지 못해 살고 있다. 레바논은 결코 미전도 종족 국가가 아니다. 이들은 과거 크리스텐돔의 기독교 국가이었다. 장사의 귀재들로 온 세계를 장터로 삼아 번영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크리스천과 헤즈볼라 무슬림 사이에서 평화가 아닌 파멸을 가져오고 있다. “달러 천국, 리라 지옥(레바논의 화폐 단위)”으로 변했다. 최근에 달러가 무려 40배나 그 가치가 뛰었고 리라화는 그냥 힘없는 종이 뭉치가 되어 버렸다.
시리아 사태가 11년째를 맞고 있으나 미래의 희망은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이미 레바논 내 시리아 난민을 다룬 영화 <가버나움>을 본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영화의 배경이 세트장이 아니라 실제로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한 <분노의 포도>같은 상황이 오히려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호기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많은 쿠르드족이 돌아오고 있고, 한국의 100여 명의 선교사들이 곳곳에서 힘든 선교사역을 해오고 있다. 닭장을 빌려 학교로 만들고, 빌딩을 빌려 학교와 병원을 운영하는 선교사도 있다. 이곳은 철저하게 양손 복음이 필요한 지역이다. 레바논 국가 자체가 경제적 파탄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난민촌은 더더욱 쓰레기장처럼 변해 가고 있다. 시리아 난민은 복음 전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미전도 종족이다.
선교사들도 열악한 전기 사정과 물 사정으로 인하여 너무춥게 지내지만 따뜻한 열기를 품어 내는 전사들이다.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기회이다. 작은 1달러가 그 어느 때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100달러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세상은 피할 수 없는 난민 시대가 왔다. 난민 선교가 소멸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멋진 길이다. 난민을 위한 쉘터 마련으로 복음으로 그들을 환영하고 찾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