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시작될 때마다 그러하듯,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많은 분들이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이루고 싶은 소망을 떠올려보기도 합니다. 한국 컴미션 지역 본부도 간사님들과 논의하며 2024년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2023년의 평가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질 시간의 소중함이 보였습니다. 그 소중함을 바탕으로 한국 본부에게 주어진 시간을 계획했습니다. 제 경험을 뒤돌아보면, 제가 살아오면서 했던 말이나 가졌던 생각의 대부분은 과거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미래가 중요하다고 주장은 하지만, 미래는 주님의 인도하심에 맡기고 가야 하는 영역이기에 과거를 토대로 현재를 잘 선택해 가야 하는 것이 제가 처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과거를 배우고, 과거를 나누고, 과거를 분석하는 것 같습니다. 말씀을 배우고, 나누고, 묵상하고, 연구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미래가 보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김형윤 목사님이 쓰신 ‘순회 선교사의 쓸모’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 과거를 돌아다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삶의 현장에서 겪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입니다. 감동적이었고 어떤 이야기들은 제게 충격적이기도 했습니다.
‘새벽마다 오는 술꾼’이란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제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어느 겨울날 누군가 문을 두드려 나가보니 쓰러져 신음하는 노숙자가 있었습니다. 그 노숙자를 집으로 데려와 대소변이 바지와 몸에 엉겨 붙어 바지가 벗겨지지 않자 가위로 바지를 잘라 내고 노숙자 할아버지를 씻긴 후 쉬게 했습니다. 잠시 후 정신이 든 노인이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어딘지를 물었습니다. 목사님이 여긴 교회라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자, 안심이 된 노인은 조용히 눈을 감았는데 5분쯤 지나자 그 노인은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 일화는 저를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지금껏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나는 선교사다. 나는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고, 세상에서 제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며 영원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그 일을 대하는 저의 태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10년 넘게 선교지에 있으면서 ‘한 영혼’, ‘제자’, ‘공동체’에 관한 것들이 저의 주된 관심사였고, 우리 팀에 있는 현지인 동역자들에게도 이 부분을 끔찍이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제가 한 것은 ‘말’뿐이었고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선교의 현장에서 늘 전략을 운운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었는데 김목사님은 주님의 영혼이 눈에 들어왔던 것입니다. 교정받아야 할 제 태도 첫 번째는 바로 사람에 관한 것입니다. 즉, 한 영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관한 태도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저의 태도 두 번째는 상황과 주어진 현실을 해석하는 태도입니다. 어려움이 올 때마다 저는 불평을 했습니다. 그러나 김목사님은 그것을 통찰력 있게 잘 해석했고 그것을 통해 배웠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저는 통찰력은 태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에겐 사소하고 그냥 지나칠 만한 것들이었지만, 그는 글로 정리하며 통찰력 있게 해석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고 그리고 그 말씀에 순종하기로 결단하였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이 일련의 과정들이 보였습니다. 하늘로부터 오는 지혜를 품은 김목사님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태도는 ‘눈물의 부흥회’라는 글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글 중간에 김형윤 목사님이 ‘주님, 제가 아무리 무명한 목사라지만 명색이 심령부흥회인데 애들까지 열두 명밖에 모이지 않았는데 부흥회가 될까요?’라고 주님께 질문을 합니다. 그러자 주님은 이 질문에 마태복음 18장 20절 말씀, ‘너희 중에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 나도 함께 있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로 훈계하셨다고 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그는 3박 4일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부흥회를 섬겼다고 합니다. 주님은 제가 당신의 말씀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이 짧은 글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의 태도가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를 알게 해주신 것입니다. 말씀의 홍수 속에 있고, 말씀을 전하는 자로 있지만 정작 말씀의 무게는 없는 삶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말씀을 말씀답게, 말씀 앞에 정직하게. 바라기는 이 몇 가지 태도의 가르침이 제 남은 삶 속에서 제 삶을 지배하기를 소망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충성된 순종’으로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에 집중하는 2024년 저와 컴 식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2024년은 우리 컴 식구들 모두에게 특별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