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땅을 은총의 땅으로 / 박주희 선교사 (중동 L국)

조선 땅이 은총의 땅이 되었던 것처럼
중동 땅도 소망이 있음을 바라봅니다.
어느 곳, 어느 상황에서나
작은 일에 충성함으로
땅끝에서 주님을 맞이하기 원합니다.

오늘도 나는 대추를 고른다.

대추 추수철로 ‘킹살렘 훈련원’에서 대추를 따고 말리고 이제는 잘 마른 대추를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태양아래 잘 마른 대추들이 작업대 위에 올려지면 거기서 새 먹은 것, 탄 것, 상처 입은 것, 썩은 것 등, 상품가치가 없는 대추들은 골라져서 많은 대추들이 땅속에 버리워진다. 대추들의 심판 날이다. 심판 날에 가라지와 알곡들로 나뉘듯, 대추들도 상품과 상품이 되지 못하는 것들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생각보다 상품들이 많지 않다. 주님 오실 그 날에 얼마나 많은 알곡들이 주님 앞에 남게 될지 생각해 보게 된다.

The Lion King에서 얻은 교훈

얼마전 영화 ‘The Lion King’을 보았다. 왕이 되고 싶었던 왕의 동생 ‘스카’는 왕위 계승자인 어린 조카 ‘심바’를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하고 왕을 죽게 한다. 어린 왕자 ‘심바’에게 왕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안겨주고 나라를 떠나게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살던 ‘심바’에게 하늘에서 음성이 들린다 “너는 네가 누구인지 기억해야 한다. 네가 진정한 왕이다. 내가 제일 자랑스러웠던 건 네가 내 아들이며,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난 너를 떠나지 않고 항상 함께 한다. 네가 누군지 기억하라”. 이 음성을 듣고 ‘심바’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스카’와 싸워 이겨 나라를 회복한다는 내용이다.

왕이신 하나님 자녀의 정체성

지금도 마귀는 우는 사자 같이 삼킬 자를 찾고 있다(벧전 5:8). 때로는 나의 연약함을 정죄하고, 죄책감과 정체성을 잃어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서 떠나게 하려는 사단의 일들이 일상에서 매일 일어난다. “네가 무슨 선교사의 길을 가겠다고 하니? 나이도 많다. 결혼도 못해 혼자는 힘들다. 몸도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다. 누가 너를 위해 기도해주고 후원할까?” 등등… 그 때마다 주님께서 말씀하여 주신다.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고 너는 내 것이라.”(사43:1), 내가 모세와 함께 있던 것 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 내가 너를 떠나지도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수1:5). 나는 말씀을 믿는다. 나는 힘도 없다. 능력도 없다. 하지만 나의 정체성은 왕이신 하나님이 자녀임을 기억한다. 그 분의 능력으로, 그 은혜로 오늘도 승리하며 주님 오실 그 날을 기대하며 산다. 주님 오실 그 날에 알곡으로 주님 앞에 드려지길…

COVID-19 상황에서도 평안을 누림

올해 2월 29일은 한국의 COVID-19 국내 확진자가 하루사이 909명 추가 발생된 날이다. 이 날 나는 요르단 정탐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인데 한국이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여 모두가 불안한 상황이었다. 지인들은 요르단에 더 머물다가 한국에 들어오기를 권면하였으나 예정대로 귀국을 결정하였다. 귀국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서도 다소 불안한 모습들이 보였다. 탑승한 비행기 안에서 주님이 내 마음 가운데 “주희야 너는 지금 평안하니?” 하고 물으시는 것 같았다. 그 때 내 마음 가운데 ‘주님이 함께 하시면 어디에 있든지 평안합니다”라고백이 나왔다. 주님을 알지 못하는 참 평안이 없는 나라와 시대 가운데 참 평안을 소유한 자로, 참 평안을 전하는 자로 서서 땅 끝에서 주님을 맞이하고자 한다.

중동 땅을 향한 주님의 소원

요르단에서의 2달 여의 시간들을 지내면서 <언더우드 선교사>의 ‘뵈지 않는 조선의 마음’ 이라는 기도문을 묵상하게 되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메마르고 가난한 땅, 조선.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묶인 사람들, 왜 묶여 있는지,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 조선 남자들의 속셈이 보이지 않고, 가마 타고 다니는 여자들을 영영 볼 기회가 없으면 어쩌나 하는 안타까움. 지금은 황무지에 맨 손으로 서 있는 것 같으나, 조선 땅이 머지 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고 기도하였던 언더우드 선교사의 그 기도가 온전히 이루어진 한국을 바라보니 중동에 대한 소망이 가슴을 벅차게 하였다. 

황무지의 땅이 은총의 땅이 되기를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그 땅의 아들, 딸들이 열방을 항하여 나가는 은총의 땅이 되었다. 그 은총의 땅에서 태어난 나도 뵈지 않는 마음의 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 땅에서 참된 평안 되신 예수님을 보이고 사단의 속임에 넘어져 가는 영혼들이 다시 주님의 자녀임을 깨달아 돌아오는 일들이 이루어 질 것을 믿는다. 그 아름다운 일에 나를 부르신 부르심에 너무 감사한다. 황무지같은 땅들이 은총의 땅이 되어 많은 알곡들이 주님 앞에 드려지는 그 날을 기대한다. 

지금은 나에게 맡겨진 추수의 일에 충성하며 오늘도 나는 대추를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