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도 함께 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 이순애 선교사(킹 살렘 농장 훈련원)

킹 살렘 농장 훈련원에서 보낸 2020년

지난 2020년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킹 살렘 훈련원에서 보냈다. 올해도 봄, 여름, 가을, 겨울 4 계절을 즐길 수 있었다. 봄이 되자 추운 겨울을 지나며 덜덜 떨던 앙상한 나뭇가지들이잎이 오르며 꽃을 피웠다. 여름에는 벌들이 과일 나무의 꿀을 따먹으려고 왱왱거리며 농장을 누볐다. 반짝이는 이파리를 자랑하는 푸르른 계절이 된 것이었다. 한 해 동안 얼마나 자랐는지 소나무가 하늘을 찔렀다. 가을에는 천연의 색깔을 자랑하는 먹음직스런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동시에 어디서 날라왔는지 까마귀, 참새, 그 외 이름모를 새들이 가장 맛있는 것을 골라 먹으며 잔치를 벌렸다.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사막 생활

이제 겨울로 접어 들었으니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앙상한 가지에는 눈이 내려 앉아 꽤 추울 것 같다. 계절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은 로스엔젤레스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계절의 모습이다. 새벽의 청정한 신선함과 분홍색과 파란색으로 띠를 만들어내는 황혼의 저녁 노을이 신비스럽다. 초생달이 점점 커지며 반달을 거쳐 보름달이 된다. 밤이면 북두칠성을 비롯한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가 검은 하늘에서 반짝인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하늘의 별을 보고 사막 땅의 모래를 밟으며 농장 주위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창세기의 아브라함을 연상하게 된다. 도시권이 그립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기대가 무색할 정도로 2020년에도 이곳의 삶을 즐겼다. 해마다 킹 살렘 훈련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나님이 만들어 가시는 농장의 모습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말씀 묵상으로 하루를 여는 킹살렘 공동체의 하루

킹 살렘 공동체는 아침 6시에 체조를 하고 말씀을 묵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올해는 특별히 멕체인 성경 읽기표를 따라가며 성경을 읽었다. 그리고 함께 읽은 곳에서 제목을 찾아 서로 나누었다. 다른 사람이 발견한 진리를 듣게 되면 내가 깨닫지 못한 것들을 배우게 된다. 올해 말이면 성경 한권을 완독하게 된다. 컴미션이 탄생하던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른 아침에 찬양을 올려 드리고, 성경을 함께 읽고, 함께 나누었다. 이 모습이 우리의 정체성이요, 문화가 되었다. 이 시간에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영의 양식을 충분히 먹으며 컴미션에서 함께 먹고 마시는 이유와 함께 노동을 하는 이유를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선교 공동체이다. 만약 이 공동체 일원이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한 갈망이 없다면 함께 사는 이유도, 함께 노동을 하는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새벽 시간은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로 함께 살아가는 의미와 목적을 확인하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함께 먹고 함께 일하는 노동 공동체

아침 식사를 하고 노동을 한 후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하면 저녁 시간이 된다. 대추 밭에서, 거름 더미에서 땀을 흘리다가 ‘땡 땡 땡’ 식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식당으로 들어온다. 농장에서 먹는 밥이 맛있다고 모두 말한다. 땀을 흘리며 노동을 하였기에 모든 것이 맛이 있는 것이다. 2020년에도 여러 분들이 선교 대추 수확에 참여하여 공동체 밥을 먹고 공동체 문화를 체험하였다. 매년 이맘 때면 3개월을 꼬박 대추에 묻혀 일하다 가는 박주희 선교사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매우 크다.

과일이 자라나는 킹 살렘 훈련원

우리 훈련원 농장은 과수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종류의 과일들이 있다. 체리, 자두, 살구, 아몬드, 복숭아, 포도, 석류, 사과, 감, 대추… 모두 유기농 과일들이다. 그중 대추가 1,200그루로 제일 많다 그동안 대추만 판매해 왔다. 대추 외의 다른 과일들은 여러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가까운 한인 교회들을 섬길 수 있었다. 이웃에 과일을 주면 무, 파, 부추, 호박 등의 채소를 얻게 된다. 자급자족하였던 시대처럼 물물교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대추 외의 다른 과일들이 신통한 열매를 맺지 못했다. 해갈이를 한 것 같다. 내년에는 풍성하고 다양한 과일들이 열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원한다. 8월 중순부터 대추 수확에 들어갔다. 올해도 대추 열매 가운데 쭉정이가 많이 나왔다. 한 나무에서 같은 태양볕을 쬐며, 같은 물을 먹으며 자라는데 왜 쭉정이들이 많이 생기는지… 태양 볕과 싸우다가 태양에 부상을 당한 것 같다고 추측해 본다. 온갖 자연 풍파에 강하게 견디는 대추 나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대추 나무는 매우 강하다. 대추 꽃이 만발한 5월에는 무서운 바람이 불곤 한다. 첫 해에 태풍이 온실 뚜껑을 들어 옆에다 내팽개치는 것을 보았다. 당연이 이 바람에 대추 꽃들이 다 떨어질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모두 건재하였다. 이렇게 작은 꽃들이 바람을 견디고 살아 남기에 열매가 강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또한 대추 나무에는 무서운 가시들이 도사리고 있다.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한번 찔리면 매우 아프다. 나무 가지들은 매우 탄탄하고 강해서 왠만한 전정 가위로는 자를 수도 없다. 전정을 하려면 반드시 전기 톱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대추가 강한 열매이기에 병을 치료하는 한약과 보약에 들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대추를 딸 때도 한 개, 한 개 조심스럽게 따야 한다. 조그만 상처가 나도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하고 예민한 대추 열매를 건조대에서 1-2개월을 말린다. 섭씨 40도의 뜨거운 사막의 열풍과 모래 땅의 지열을 받으며 천연의 마른 대추가 탄생된다. 그래서 우리는 대추를 <태양 대추>라고 부른다. 우리는 전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껍질을 맘껏 먹을 수 있다.

손이 많이 가는 대추 상품 만들기

올해도 여러 분들이 대추 수확에 참여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분들이 와서 함께 땀을 흘리고, 가시에 찔리고, 함께 웃고, 함께 비전을 나누며 선교 대추로 상품을 만들었다. 대추를 사신 분들로부터 “이렇게 좋은 대추는 처음 보았어요. 깨끗하고 빛깔도 좋고, 냄새도 좋아요.”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칭찬을 듣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정을 거쳤는지 모른다. 태양 볕에 타서 한 쪽이 꺼멓게 마른 대추, 새가 먹은 대추, 색깔이 좋지 않은 대추들을 골라보니 거의 ½을 버려야 했다. 그래도 최상의 대추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쭉정이들은 버릴 것이다.

양계를 통해 창조의 신비함을 배움

지난 5월부터 양계를 시작했다. 알에서 갓 태어난 병아리 19마리를 데려왔는데 잘 키워서 4마리는 잡아 먹었고 현재 15마리를 키우고 있다.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 병아리가 닭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수 없이 감탄하고 있다. 닭들이 먹는 것은 물을 비롯하여 사료와 수박 껍질, 부엌에서 나온 야채 찌꺼기 들인데 화려한 깃털을 만들고 마침내 계란을 만들어 낸다. 뜨거운 태양도 닭들을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을 본다. 하나님께서 각각의 동식물들의 특성을 잘 보존하시며 키우시는 것을 보면서 창조의 신비스러움을 맛보게 된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아들 이ㅈ열 선교사 가정과 지냄

코로나 펜데믹으로 C국에서 나온 아들 이ㅈ열 선교사 가족이 농장 가까운 에플밸리 선교관에서 머물게 되어 많은 시간을 아들 가족과 보냈다. 특별히 손녀 딸인 은별이와 은송이와 지내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평균보다 조그맣게 태어나서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지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내 자신이 젊은 엄마가 된 기분이다. 은별이가 한국말을 매우 잘해서 우리 모두를 기쁘게 한다. 모이를 주려고 닭장에 들어가면 닭들이 허겁지겁 달려오는데 그 모습을 보며 “난리다, 난리다.” 라고 말해서 우리 어른들이 배꼽을 잡곤 한다. 며칠 전에 예쁜 셋째 딸이 태어났다. 우리 아들 내외는 계속해서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한 창조의 질서를 따라가는 것 같다.

믿음의 사람들이 지키는 본부 사역

이제 4년차 농부가 된 우리 부부는 본부에 아주 가끔씩 내려가고 있다. 우리가 자리를 비워도 본부 사역이 잘 진행되는 것으로 감사드린다. 전영배 & 메리 선교사, 정민경 선교사, 이수현 & 은지 간사가 선교 행정, 빌딩 관리, 방문객 관리 등,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본부를 지켜 준다. 한국에서 돌아온 이수현 형제의 두 아들 하규와 인규도 사무실에 함께 출근하여 씩씩하게 자라고 있음에 감사하다. 우리는 늘 실력과 인품을 갖춘 믿음의 사람들과 일하는 복이 넘치고 있음에 감사와 기쁨을 금할 수 없다. 

2020년 4월에 결혼 40주년 맞음

우리 부부가 지난 2020년 4월에 결혼 40년 주년을 맞이했다. 감개가 무량하다. 하나님을 사랑함으로 일생을 선교에 몸바치는 좋은 남편, 귀한 남편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남편 덕분에 젊은 시절 아프리카 감비아에서 살게 하셨고, 미국 컴미션에서 선교사님들을 파송하게 하셨고, 삶을 정리하는 나이에 농장에서 농부로 일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주께서 계속 건강을 주시어 자연을 더 잘 가꾸며 여러 선교사님들을 더 잘 섬기기에 부족함이 없기를 기도드린다. 

올 한해도 컴미션을 위해 기도해 주신 무릎 선교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귀한 헌금을 보내 주신 분들, 대추를 구입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