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에서 여아 할례를 지켜보며… / 민에스더 & 민한나 선교사

들어가는 말 (편집자)

기니의 작은 마을에서 두 자매 선교사가 울고 있다. 10여 년을 그 마을에서 동고동락 하며 사랑과 정성을 쏟아왔는데 그것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선교사님이 운영하는 유치원과<말씀 학교>에 다니던 여자아이들이 할례를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추장을 찾아가 이것이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린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설명하며 막아달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하다못해 현재 기니 정부도 이 시술을 불법화했으니 더 이상 할례를 하면 안 된다고 호소해도 소용이 없었다. 코란의 지시에 따른 이슬람 신앙과 오래된 전통 의식, 남성 위주의 고정관념에 가득 차 있는 마을 어른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외부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버젓이 자행되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하늘을 우러러보며 울어도 시원치 않고 땅을 치며 통곡을 해도 가슴이 뚫리지 않는다. 

여성 할례는 ‘여성 성기 절제’로, 여성의 생식기의 특정 부위를 절단, 봉합하는 행위이다. 서양에서 공식적으로 규정된 명칭은(WHO 기준) ‘여성 성기 훼손(Female genital mutilation, FGM)’이다. 문화, 종교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대표적인 반인륜성 행위로, 본인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강제로 행해진다는 점에서 매우 악질적인 풍습이다. 세계보건 기구에 따르면 15세-49세 여성 기준으로 소말리아 98%, 기니 97%, 시에라리온 90%, 이집트 87%, 에리트레아 83%, 에티오피아 74%, 나이지리아 25%, 예멘 19%, 이라크 8%의 여성이 할례를 받았다고 추정되고 있다. 아프리카를 포함한 22개국에서 1억 3천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할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매년 시술을 받는 여성들의 수는 200-300만 명이며 하루에만 6,000명 정도의 여자아이들이 할례를 받으며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되어가는 시대에 이러한 무지하고 잔인한 일이 인습으로 남아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소수의 깨어있는 여성들이 오랜 세월 이 관습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전통의 철벽이 완강하게 버티어 올해도 사탄에게 승리의 메달을 달아주었다. 어둠의 자식의 정체성으로 남고 싶어 하는 무지한 백성들을 어떻게 주 앞으로 이끌고 나올 수 있을까? 연약한 선교사의 눈물과 호소에 전혀 무관심한 이들을 끝까지 사랑하고 품어줄 수 있을까? “주여, 저들이 무슨 죄를 짓고 있는지 모릅니다. 용서하소서.” 십자가에서 눈물을 흘리시며 저들의 무지를 변호하셨던 주님을 바라본다.

“뿔나팔을 불며 선포합니다! “빛이 있으라!!” (창1:3)

기니에서 전하는 소식 by 민자매

어려운 중에도 이곳 기니를 기억하고 함께 기도와 물질로 동역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 저희 코다 마을의 여성 할례 사건을 카카오톡으로 연결되어 있는 분들께 보내드렸습니다. 저희 인터넷 사정으로 인해 진행 상황과 결과를 전해 받지 못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많은 분들이 애통해 하며 함께 기도해 주시고 힘을 실어 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코다 마을에서 할례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작년 말, 저희는 코다 마을에서 몇 년 만에 시행되는 여성 할례 소식을 들었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유치원 아이들 모두와 주일학교 아이들이 대다수 포함되어 있어 더욱 간절하였습니다.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아마라(말씀유치원 경비)는 딸 셋 모두였기에 저녁 기도모임 때마다 함께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비자갱신을 위해 코나크리를 다녀와야 했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로 감사하게도 하나님의 은혜와 보호하심 가운데 코나크리 여행은 순탄하게 마치고 왔습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할례의식이 바로 다음 날부터 시작 될 것을 알게 되었고 촌장을 비롯한 마을 장로들은 이번 의식을 취소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장로들의 모임에서 이들은 못되고 단단한 바위 같은 모습으로 저희의 권유를 흘려버렸습니다. 그리고 예정대로 여자아이들에게도 할례를 행했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아마라의 부인은 오히려 저에게 화를 내며 딸들에게 할례 행하기를 강력히 원했고 함께 기도했던 아마라 역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거부하지 않는 모습을 저희 눈 앞에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원하던 대로 뜻도 모르는 상태로 전해 내려오던 선조들의 미신적인 의식을 그대로 자녀들에게 행하고 이 어둠의 굴레를 스스로 즐겼습니다.

3일간 계속된 할례 의식, 똘롱 축제

2월 3일 오후에는 쌍가레 집안에 속한 여자아이들, 4일 아침은 쟈키테 집안 여자아이들, 그리고 5일 아침은 아기 때 할례 받지 못한 남자아이들에게 마을 근처 숲에서 할례 의식을 행했습니다. 다 끝나면 사냥총을 쏘아 올리는데 여자아이들 때는 2-3방이었고 마지막 남자아이들의 날에는 사냥총을 폭죽처럼 계속 쏘았습니다. 남자아이들이 할례를 행하기 전날 밤에는 새벽까지 똘롱(잔치나 행사 때 북치며 노래하고 춤추며 노는 것)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마을의 젊은 남자들이 모두 모여 나이든 자들이 동생들을 회초리로 때리며 노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이 마을 왓수룽의 전통이라고 하는데, 아마라와 까림도 밤에 자다가 깨우러 온 무리들에 의해 함께 갔고 여자들도 와서 함께 밤새 똘롱을 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할례를 받은 집집마다 여자들이 서로 가서 똘롱을 하느라 3일 내내 북치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이곳 여성 할례의 정도는 아마도 다른 나라의 수준(1-3단계)에 비해 미약한 수준(0.5 단계?) 인지 할례를 당한 여자 아이들에게 통증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또한 마취주사를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전 날 파상풍 주사를 놓고 당일에는 그냥 할례를 행한 것입니다. 할례 받은 아이들은 모두 15일간 합숙을 하는데 여자는 쌍가레와 쟈키테 집안 각각 한 집에서 모여 관리하는 할머니들과 언니들의 감독 하에 있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모두 해가 있는 동안에는 여자들의 눈을 피해 그들이 할례 받은 숲에서 지내다가 저녁이면 촌장집에서 잠을 자고 다시 아침 일찍 숲으로 갑니다. 역시 남자아이들도 관리하는 할아버지들과 형아들의 감독 하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3세 미만인 아기들은 집에서 지내고 집을 그리워하는 어린 아이들은 자유롭게 집을 오가고 있습니다.

여성 할례와 조혼이 속히 사라지도록

촌장과 마을 장로들은 이번에만 여성 할례를 진행하고 다음부터는 멈춘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들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우선 코다 마을이 소속되어 있는 이 지역 모로두 군의 군수와 이십 여개의 마을 촌장들을 모아 교육을 하고 서류를 통해 서약서를 받는 운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면 기도로 동역하던 만디아나 교회의 에티엔 목사님과 이 일을 함께 진행하려 합니다. 분별하고 잘 순종해 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만디아나 도에 파견된 정부 관계자들이 부정직한 방법을 버리고 명확하고 정직하게 이 일에 협조하도록, 점차 사라지는 여성 할례와 조혼 풍습이 기니에서도 속히 사라지도록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