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지진 현장 보고 / 호주 컴미션 공동체

안녕하세요? 뉴스를 통해서 이미 들으셨다시피 저희 공동체가 사는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에 2월 6일 세 번의 큰 지진이(7.8-6.7-7.5) 왔습니다. 저희가 있는 아다나 지역은 지진 진앙지보다는 나은 사정이지만, 저희 집에서 3분 거리의 10층이상의 아파트가 7채 이상 무너지고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저희는 2월 6일 당일 새벽 4시 17분쯤 자고 있는데 침대가 좌우로 크게 휘청거려서 깼습니다. 아이들이 자고 있는 거실로 가려고 하는데 복도를 걸어가기가 힘들만큼 큰 흔들림이었습니다. 전등이 그네를 세게 타듯이 앞뒤로 흔들리고 굉장히 오랫동안 큰 진동으로 흔들렸습니다. 저희 집이 아파트 10층이어서 휘청거리는 것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급히 깨워서 외투를 입히고 여권을 챙겨 나가려고 하는데 두 번째 지진이 왔습니다. 다함께 모여서 지진이 끝나기까지 기도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지진은 잠잠할지어다, 지진은 떠나가라… 정말 간절히 기도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지진이 멈춘 후, 10층에서 계단으로 아이들과 내려와서 저희 공동체가 예배드리는 사무실 앞 공터에 차를 대고 대기했습니다. 여진이 잠잠해져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잠을 자고 오전 9시 반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잠시 쉬면서 점심을 간단하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1시 20여 분쯤 세 번째 지진이 왔습니다. 저희가 느끼기에는 세 번째 지진이 가장 세고 흔들림도 강력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빨리 옷 입어!’라고 소리치고 식탁 아래에 들어가서 다시 진동이 잠잠해지기까지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진동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을 안고 내려와서 다른 도시로 피신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조선교사님이 내려오길 기다리며 저희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는데 첫째 딸이 ‘엄마 우리 집 흔들려요’라고 말했습니다. 제 눈으로도 건물이 휘청거리는 것이 보일 정도였습니다. 생사가 걸리니 뭘 챙겨 나올 정신이 없어서 아이들 입고 있던 옷 그대로, 저희도 츄리닝 바람에 양말도 못 신고 집을 떠났습니다. 

저희 팀은 일단 목적지도 없이 도시를 떠났습니다. 두 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에 있는 호텔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여기는 지진이 없었다는데도 몸이 계속 지진을 느끼는 것처럼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흔들거렸습니다. 침대에 누워 자려는데 침대가 흔들거리는 것 같아 한참을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둘째도 ‘엄마, 지진 날까 봐 무서워요’라고 해서 꼭 안고 재웠습니다. 모두들 많이 놀란 것 같습니다. 남편도 첫날은 괜찮은 듯 넘어갔는데 둘째 날 잘 때 계속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지진이 잠잠해진 후, 저희 팀은 다시 아다나 쪽으로 돌아왔습니다. 하타이(안디옥 지역)에서 유일하게 십자가를 걸고 사역을 하던 안디옥교회 건물이 이번 지진으로 무너졌습니다. 안디옥교회 담임 목사님과 함께 한사협(한국 사역자 협의회) 지진대책위원회 본부를 아다나 쪽에 준비하시는데 저희 팀 사무실을 지진대책위원회 본부로 사용하고 저희 팀들 집을 임시 숙소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국에 머물고 계셨던 유선교사님 가정이 합류하여 현지에 계신 선교사님들을 방문하고 성도들의 피해 복구 및 구호 사역을 함께 하였습니다. 아다나 옆 도시에 있으면서 지진 지역에서 피해 나오신 사역자분들을 만나 뵙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샨리우르파(하란) 지역에서 섬기시던 선교사님 댁은 벽에 수십 개의 금이 갔다며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날따라 딸아이가 원래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잠을 잤는데 아이가 본래 자던 자리에 천장에서 큰 돌이 세 개나 떨어졌다며 주님이 지키셨다고 나누셨습니다. 여전히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셨지만,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현지 분들을 돕고 돌아오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또 한 선교사님은 지진 피해 지역에 물품을 보내려고 하는데 그 짐을 날라주려는 트럭 운전자와 일꾼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협박을 하는 등 곤란한 일들도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또 아다나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는 선교사님 가정은 지진 후에 식당을 멈추시고 텐트에 계시는 이재민분들 식사를 섬기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희도 1,000인분에 해당하는 식사 비용을 지원하였습니다. 

저희 공동체는 메르신에서 이재민들 물품 지원하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한사협 분들과 하타이에서 지진을 피해서 나오신 성도분들이 저희 사무실을 거쳐 가시며 회의도 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숙소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현재 카라만마라쉬, 하타이, 가지안탭 지역에서 지진으로 피해 입으신 분들이 비교적 안전한 아다나와 메르신 쪽으로 이주해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또 다른 이재민들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집을 구하고 싶어도 빈집이 없고, 호텔에도 방이 없어 재정이 부족하신 분들은 추운 겨울에 어려움을 겪고 계십니다. 사실상 이분들에게 필요한 것이 제대로 지원되고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현지에서 필요한 것과 큰 기관에서 요구하는 물품에 많은 차이가 있고 또 이 시기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도 많은 것을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보내 주신 재정들을 정말 필요한 곳에 흘려보내고자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이제는 구조작업이 끝나고 장기적인 복구 작업으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2011년 반(Van)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를 복구 하는데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번 지진으로 한반도 크기에 해당하는 큰 지역이 재난을 입었기 때문에 피해 복구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여기 계시는 선교사님들도 이제는 이재민들을 어떻게 섬겨야 할까 고민하고 계십니다. 주님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 시간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평안하게 지냈던 하루하루가 주님의 돌보심이고 은혜였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주님이 훅 불어버리시면 사라지는 연약한 인생을 주님께서 사랑하시고 지키시고 보호하셨구나… 다시 감사를 고백하게됩니다.

이 튀르키예 땅의 영혼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시고, 저희 공동체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와 관련된 현지인가족분들도 다치시고 돌아가신 분들이 많습니다. 주님이 그들을 위로하시고 이 재난 상황이 구원의 문이 열리는 통로가되기를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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