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영광 선교사입니다. 저는 이번 2023년 3월 1일부터 컴미션 한국 본부 대표로 본부 사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컴미션 대표로의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저에게 이 자리가 많이 부담스럽지만 하나님이 부르신 자리로 알고 순종함으로 임하겠습니다.
인도네시아 시민권
저는 인도네시아 시민권자입니다. 작년 5월 법적으로 한국 국적이 상실되었고 인도네시아 국민이 되었습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에서 사역을 하는 동안은 이방인이 아닌 인도네시아인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현지 형제자매들과 함께할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저로 하여금 인도네시아 국적 신청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국적을 취득하는 일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준비해야 할 서류들도 많고 저 스스로가 먼저 국적 취득에 부합한 사람이 되어야 했습니다. 이 자격 요건을 갖추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시작하고 거의 3년이 다 되어서야 극적으로 시민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받았기에, 그리고 국적 취득으로 더 이상 추방 등의 위험 요소가 사라졌기 때문에 취득 후 제 개인적으론 ‘선교’에 대한 진지함이 더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컴미션 한국 본부 대표직 제안
이러한 때에 황당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국 컴미션 본부 대표직을 제안받은 것입니다. 참으로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국적 인터뷰 과정과 선서식 때 들었던 묘한 감정들이 아직 채 가시지도 않았을 때였고, 선교에 대한 마음도 달리하기 시작하던 때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허허’ 웃어넘겼습니다. 인도네시아 시민권을 받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기도와 에너지가 들어갔는데… 제 계획안에 본부 사역은 없었습니다. 본부 사역으로의 제안 전화가 올 때마다 저는 제 뜻을 분명하게 전달했고, 늘 통화의 마지막은 정중한 거절 ‘네, 기도해보겠습니다’로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제 안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20년 넘게 컴미션과 함께 한 시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한국 컴미션이 처음 시작할 때 어떠했는지, 간사로 섬길 때 부족한 환경 속에서 고민했던 순간들, 선교 후보생으로 선교를 나가기 위해 훈련 받을 때 함께 했던 많은 동료들, 선교사로 나와 인도네시아 땅을 밟을 때는 어떠했는지 등등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컴미션이라고 하는 선교단체는 나에게 어떤 의미지? 나는 왜 이 단체와 2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한 것일까?’ 이런저런 근본적인 질문들을 제 자신에게 던져보면서 ‘한국 컴미션 대표’라는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기도했습니다. 컴미션과 함께하면서 컴미션의 역사를 알고, 컴미션의 연약함을 알 뿐만 아니라 현시대에 선교단체가 처한 상황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본부 사역은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본부사역으로의 부르심은 하나님의 뜻을 묻고 묻고 또 물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님 정말 이 길이 맞습니까?’, ‘ 여기 인도네시아 형제자매들은 어떻게 하나요?’, ‘16년을 이방인으로 있으면서 까다로운 비자 때문에 고생하다가 이제 비자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는데, 여기를 떠나라니요!’
포기할 수 없는 M2414
이런 저에게 하나님이 가르쳐주시고 회복시켜 주신 것이 있습니다. 초심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하나님 나라’, ‘선교적 종말’, ‘M2414’ 등 그동안 입에 늘 담고 있었던 암호와도 같은 단어들이 나열되면서, 이것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절대 포기되어서는 안 되는 ‘분명함’과 ‘선명함’이 제 마음에 상기되었습니다.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라는 마음이 제 안에 있었고 그래서 선교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감사하던 때가 있었음을 상기시켜 주시면서 그때로 돌아가야 함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이것이 제 기도의 응답이 되었고, 이 외 여러 사람들의 기도 응답이 더해져 저희 가정은 한국 본부 사역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M2414는 저에게 새로운 비전입니다. 꼭 본부 사역이 아니더라도 17년 차 선교사로서 M2414는 새롭게 실제되는 비전이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를 떠나 한국으로 나오기 전 저희 팀들과 마지막 훈련을 했을 때, 바울의 선교여행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바울이 품고 누리고 있었던 하나님의 나라와 제가 말하고 경험하고 있는 하나님의 나라가 많은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바울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자존심도 배경도 업적도 그 어떤 것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있는 크고 실제적인 하나님 나라를 소유하고 있었던 반면에 저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가는 길에 서 있지만 노후도 걱정되고 자녀 교육도 신경이 쓰이고 생활비, 사역비 등이 걱정되는 초라하고 궁색한 하나님 나라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참 많이 다르지만, 그 간격을 좁혀보고자 하는 열망이 제게 있습니다. 앞으로의 제 남은 사역은 그 간격을 좁히는 일에 쓰임 받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제가 관련된 여러 일과 사역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가 묻어나는 역사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남겨진 현지인 팀원들
본부 사역을 결정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 중의 하나가 인도네시아 사역, 오랫동안 함께 해온 인도네시아 형제자매들을 어떻게 할까?’란 질문이었습니다. 저희 인도네시아 팀은 제자들을 세워 현지 복음 전도자와 선교사로 파송하여 교회를 개척하는 것 그래서 선교를 끝내는 것이 팀의 비전입니다. 이 비전을 이루고 싶은 열망에 저희가 세운 교회 이름도 ‘선교를 끝내는 교회(GEMI교회)’로 붙였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종교적 양극화
인도네시아에는 2억 3천만 명의 무슬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의 상당수는 온건한 무슬림들로 알려져 왔었습니다. 그러나 이 온건한 인도네시아 무슬림 사회는 빠르게 양극화되어가고 있습니다. 한쪽이 원리주의로 달려간다면 다른 한쪽은 세속화로 달음박질을 하고 있습니다. 원리주의 성향의 무슬림들은 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많은 성장을 일궈냈습니다. 반면 K-POP을 즐기며 서양식의 문화에 익숙함을 느끼는 세속화된 무슬림들도 그들의 축을 점점 더 세상의 바다로 옮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것은 점점 성장하고 있는 원리주의 세력들입니다. 왜냐하면 이 원리주의 세력들이 정치와 결탁하여 인도네시아를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쁘산뜨렌’(Pesantre)이라는 이슬람 종교 학교가 있습니다. 이 학교는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 신실한 무슬림들을 양성해 내기 위한 이슬람 기숙 종교학교로 일반적인 교육부 산하의 이슬람식 초중고, 이슬람 대학과는 별개입니다.
‘쁘산뜨렌’이라고 하는 이 이슬람 종교학교는 인도네시아 전역에 걸쳐 26,975개가 존재합니다. 이곳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점점 더 강력한 이슬람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많은 테러의 주범들이 다 이 쁘산뜨렌 출신인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학교와 학생들은 이슬람 공동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란 사회에 큰 변수 중의 하나입니다. 이것과 더불어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의 생활 수준 향상과 미디어의 발달은 인도네시아 내 원리주의 무슬림들의 성장에 촉진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하지’ 또는 ‘움로’(메카 순례) 여행객을 보내는 나라, 인도네시아. 많은 젊은이들을 중동으로 유학을 보내이슬람을 배워오도록 하는 나라, 인도네시아.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많은 정보와 교류, 연대를 통해 이슬람을 강화시키고 있는 나라가 인도네시아입니다. 과거 중동의 몇몇 나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무슬림 여인들의 복장. 눈만 보이는 검은색 복장을 한 여인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슬람법에 근거한 법이 최근 현행법으로 통과 되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 주변국들 특히 호주의 우려를 낳기도 했고, 인도네시아 국민들도 거리로 나와 데모를 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라마단 금식월
이제 3월 말이면 이슬람 금식월, 라마단이 시작됩니다. 이 금식월은 이슬람의 가치와 전통, 비전을 훈련시키고 교육하는데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무슬림이라면 의무적으로 금식을 하며 금식월 내내 사원에 가서 설교를 듣습니다. 이것을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전 세계 모든 교회 성도들은 한 달 내내 금식을 해야 하며 모든 교회는 한 달 내내 매일 밤마다 집회를 열어야 합니다. 실제로 몇몇 교회가 이런 열정을 보이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몇몇 교회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슬람 종교법인 샤리아 법은 모든 무슬림들에게 한 달 내내 금식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네, 우리 기독교인들도 그렇듯이 모든 무슬림들이 금식을 하거나 신실하게 예배에 동참하는 것은 아닙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율법이 그들을 종교적 행동으로 내몰고있고 상당수의 무슬림들은 한 달 내내 금식과 이슬람 예배에의무적으로 참석해 훈련되어지고 양육되어서 이슬람의 가치관, 세계관이 그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뿌리 박히게 하고있습니다. 저는 실제로 많은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이 이 금식을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또, 운영하는 자기 가게 문을 한 달 내내 닫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본경험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슬람의 성장, 원리주의의 성장을 막을 길이 있을까요? 한류에 열광하고 돈을 사랑하고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세상의 물결을 막을 수가 있을까요?
선교 완성을 이루는 공동체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미미한 저희 팀의 수준이 작게 보이기도 합니다. 저희 팀은 성경적 교회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람들을 양육하고 제자화 할 수 있는지 등등을 이제서야 조금씩 알아가고 살아내고 있습니다. 비즈니스팀을 만들어 세상 속에서 영향력 있는 제자들을 길러보겠다고 몸부림치는 걸음마 단계의 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교를 끝내는 교회’란교회 이름에 담긴 소망이 희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슬람의 성장과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 어떻게 단단하게 서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팀이 될까를 생각할 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무엘상을 묵상할 때 한나가 어린 사무엘을 그냥 하나님께 맡겼듯이 저 또한 전적으로 하나님이 하실 것을 기대하며 인도네시아 사역과 팀을 맡기기로 하였습니다. 작은 겨자씨 하나가 큰 나무가 되어 새들의 보금자리가될 줄 믿습니다. 핍박하던 로마가 교회를 인정하는 역사가 있었듯이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 우리 팀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교회들이 회복되고 복의 통로로 서는 날이 속히올 줄 믿습니다.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인도네시아 저희 팀 가운데 강한 성령의 바람이 불도록 기도 부탁 드립니다. 남아서 이 일을 감당해야 하는 이생명 & 이다해 선교사 가정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고 팀의 하나됨과 영적인 돌파 특히, 복음 전도의 돌파가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저희 가정도 새롭게 적응하는 한국 사회에 빠르게 적응하게 하시고, 한국 컴미션 본부에서 동원, 훈련, 파송, 관리 등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한국에서 귀한 사역을 감당하게 되신 이영광선교사님가정을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주님이 가신 그 길을 순종함으로 나아가는 선교사님의 걸음가운데 주님의 은혜와 사랑이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한국사역가운데 늘 앞서 행하시는 하나님을 매 순간순간 경험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