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컨퍼런스를 향한 기대 / 이영광 선교사 (한국 컴미션 대표)

인도네시아 저희 공동체에는 앞을 보지 못하는 자매가 있습니다. 이 자매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못 봤던 시각 장애인이 아닙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여느 아이들처럼 정상적으로 보고,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정상적으로 사람들과 관계하던 자매였습니다. 그러다가 중3 때 눈병을 앓게 되고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습니다. 안타깝기는 해도 아직 한쪽 눈의 시력은 있어서 학업이나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머지 한쪽 눈의 시력도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고등학교 3학년 중반으로 넘어오자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바뀌었고, 고등학교 3학년 말에는 시력을 완전히 잃어 누군가 시험지 문제를 읽어주지 않으면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부터는 스스로를 집 안에 가두고 하나님을 원망하며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대학 공부, 직업, 결혼, 자유로운 일상생활 등 남들에게 평범한 것들이 자신에겐 허락되지 않는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꿈꿔왔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모든 소망을 하나하나 내려놓아야 하는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저희 공동체로 오게 되었고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주님 안에서 하루하루 회복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하나님 원망했던 것을 회개하고, 주님 안에 길이 있음을 인정하고, 앞을 보지 못하는 이 상황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실 것을 기대하는 등의 변화는 이 자매의 인생을 바꾸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 자매는 시각장애인 학교에 들어가서 점자 배우기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대학 공부에 대한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 소망은 그대로 이어져 신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들에게 함께 사역하자는 많은 제안을 받았을 정도로 영적인 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 자매가 저희 공동체로 들어오고 주님을 만난 후에 대학을입학해서 졸업하기까지 수많은 과정들이 있었습니다. 이 자매가 지나온 과정들을 하나하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저에게많은 인사이트를 가져다줍니다.

첫 번째 단계는 ‘결단’으로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집 안에서 눈물로 보내던 시절, 가족을 떠나 시각장애인으로 새로운 삶을 시도하는 것은 이 자매에게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떠나기로 결단했을 때 그 인생의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점자를 배우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학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 자매가 대학 공부를 위해 기숙사에 들어가던 첫날을 기억합니다. 앞을 못 보는 이 자매는 장소나 환경이 바뀔 때마다 치열한 적응이 필요합니다. 기숙사 문을 열고 열다섯 발짝 앞으로 가면 계단이 있고 스무 계단을 내려와 오른쪽으로 돌아 열두 걸음을 벽을 잡고 가다 보면 첫 번째 문이 있는데 그 문은 남자 화장실그 옆문은 여자 화장실… 수많은 실수와 더불어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자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합니다. 눈으로 보지는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낯선 사람들 앞에서 적응을 위해 연습을 멈출 수 없는 자매의 심정이 전해져 왔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지 모르게 제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이 자매가 저희 공동체에 와서 모여 기도하던 중에 주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자기 인생을 재해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원망하며 눈물을 흘렸을 때에도, 소망이 다 끊어지는 듯한순간에도 주님이 함께 하시고 계셨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님이 살아계시고 함께 해주시는 분이라면, 본인이 겪고 있는 이 상황은 하나님의 계획안에 있는 것임을 깨닫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하나님이 자기를 통해 하실 일이있음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소망, 비전을 발견한 것이죠.

세 번째 단계는 ‘공동체’입니다

이 부분은 단계로 보기는 어려우나 내용 전개상 세 번째로 설명을 합니다. 이 자매가 저희 공동체에 처음 들어왔을 때 부모 이상으로 사랑과 기도로 함께 해주었던 선배 선교사님들이 계셨고 저희 공동체원들도 언니 오빠로 이 자매와 함께 해주었습니다. 세상이 줄 수 없는 진짜 사랑을 자매가 경험했고, 공동체의 예배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했습니다. 또한 공동체 안에서 여러 부딪힘을 통해 날카롭고 모난 인격들이 다듬어지고 권위를 배우고 순종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배우고 용납을 배웠습니다. 하나님의 계획을 배우고 훈련을 배웠습니다. 믿음을 배웠습니다.

주님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예배하며 기도할 때 부어질 하나님의 은혜와 임재가 기대됩니다. 함께하는 시간들을 통해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며 회복케하실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크고 작은 자도 없고, 크거나 작은 사역도 없습니다. 그저 주님의 얼굴만이 빛이 나는 예배. 그 안에서 어우러져 어린아이처럼 아버지의 순수함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합니다. 주님의 기본기로 돌아갈 것을 소망합니다. 예수님의 비전, 하나님의 나라가 다시 리마인드 되고 그래서 다시 주님의 일에 재정비되는 시간들이 될 것을 선포합니다.

컴미션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기대

마지막으로 우리 식구들과 함께하는 그것만으로도 큰 기대가 됩니다. 컴미션은 오래된 단체는 아니지만, 20년을 넘게 달려오고 있는 단체입니다. 제가 30대 초반에 처음 이 단체에 들어와 만났던 분들 중에는 이제 중년을 훌쩍 넘긴 분들도 많습니다. 50대가 넘어가고 있는 저를 봐도 당연한 것이지요. 현장에서 젊은 날을 보낸 많은 분들의 눈물과 땀과 열매의 이야기, 실패의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자원인지 모릅니다. 앞을 못 보는 저희 공동체 자매가 저희 공동체 안에서 성장해 왔듯이 저희도 동일하게 공동체 안에서 커머(Comer)로 성장할 것입니다. 인터컨퍼런스 그곳에 변화, 회복, 하나됨, 식구, 비전, 소망, 결단, 안식, 쉼, 기쁨, 성장, 나눔, 교제 등등의 단어들이 어우러저 감격을 경험하는 시간들이 될 것을 소망합니다.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