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공기가 그렇듯이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매일 감사하며 살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각자가 어떻게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게 되었든지 우리가 주님 주신 유업의 땅에서 마음껏 복음을 전하며 인생을 드릴 수 있도록 영적 우산이 되어주는 컴미션이라는 가족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매일 거기에서 기도와 사랑으로 섬겨주시고 빛도 없이 조용하게 우리의 삶의 발판이 되어 주지만 마치 출가한 딸이 너무 멀리 떨어져 살게 되어 친정을 찾지 못하는 것 같이 때로는 연락이 뜸해지기도 하고 마음껏 교제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뿌리를, 가치관을, 삶의 방향을 말해 주는 정체성이 여기로부터말미암았습니다.
2017년 이후로 6년 만에 열리는 인터컨퍼런스를 통하여 한 가족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시는 주님의 은혜를 찬양합니다. 태어난 지 23년, 다섯 번째 인터컨퍼런스를 맞이하며 때를 따라 공급하시는 은혜의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불러 모이게 하시며 어린애 티를 벗기 시작하는 우리 컴미션 가족들에게 어떤 말씀을 들려주실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창립 초기 때부터 컴미션은 <요나 선교 학교>라는 3일짜리 선교 교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열어 주었고, <무릎 선교사>라는 처음 들어보는 중보 기도 운동을 일으켰습니다. 2004년 커머가 되어 미국 본부 식구들과 미주 지역의 무릎 선교사들과 함께 서부 사하라와 기니의 미전도 종족의 땅을 함께 밟았던 <코뿔소 정탐>이 생각 납니다. 그때 우리 중 아무도 가본적 없는 땅을 더듬어 가며 말로만 들어본 미전도 종족들을 찾아 다니면서 저는 무릎 선교사의 삶을 살고 있는 한 분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충격을 지금까지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분은 이 세상은 알지도 못하는 한 종족의 구원을 위해 하나님 아버지와 비밀된 만남을 갖고 계신 분이었고, 그 매일의 삶을 통해 흘러나오는 영적 권위는 실로 아름답다고 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한 종족을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의 절절한 마음을 나누어 받아 그것을 마음에 담고 지켜내며 매일 주님의 보좌 앞에 나아가는 삶. 이 세상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주님과의 개인적인 관계 속에 남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을 가지고 그 종족의 영적인 땅을 기도로 경작하는 삶. 너무나도 사모하지만 그 당시에는 ‘과연 내가 이 삶을 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과연 마음에 소원을 두고 행하시는 주님께서는 나와 우리 공동체를 이러한 삶을 살도록 인도하여 내셨고, 이 땅에서 감히 주님과의 친밀함 속에서 <행복>이라는 것을, <기쁨>이라는 것을 은밀하게 살아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아직도 많이 미숙하지만, 이 기도의 삶은 우리가 이 땅에 와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 중 하나 입니다.
무릎선교사 운동을 통해 일으킨 중보 운동은 이제까지 교회에서 일반화된 기도의 패턴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나에게로부터 날 수 없는 생명의 씨앗을 받아 잉태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언제 출산의 기쁨을 보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유산의 아픔을 겪지 않도록 조심하고 우리의 삶을 말씀으로 거룩하게 지켜내며 주님의 임재 속에 머무는 것입니다. 그 분이 확실하게 그 분의 때에 이 새로운 생명을 이 땅에 나게 하실 것을 믿는 믿음을 가지고 말입니다.
나에게 주신 종족을 위해 무릎으로 주님의 보좌 앞에 나아가 중보하는 많은 중보자들이 있습니다. 그 중보의 열매를 우리가 필드에서 제일 먼저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 누릴수 있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하나님 나라의 것입니다. 결국 인내 속에서 믿음을 지키고 주님께서 만드신 한 종족을 품게 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이 기쁨을함께 나눌 자를 찾으시는 주님께서 나에게 이 특권을 함께 누리자고 초청해 주신 것이 분명합니다. 중보자들은 기도하고나는 열심히 뛰고 일해서 얻는 열매가 아닙니다. 부르신 그곳에서 예배의 자리를 지키고 황량한 광야에서 꽃이 피어나리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아버지의 약속을 간직하는 자리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눈에 보이는 그 어떤 열매가 없어도 조급해 하지 않으며 그 자리에서 자유와 비밀스런 행복을 누리는 것입니다.
2023년 인터컨펀런스를 통해 아버지께서는 덮여있던 베일을 벗기시고 “세계 열방에서 너희들의 기도와 중보로 내가 이런 일들을 행하였다. 이 정도면 내가 파트너로서 충분히 멋지지 아니하느냐” 물으시며 우리를 짝꿍 삼으신 주님의 기쁨에 참여하게 하실 것임을 믿고 기대합니다. 남은 과업이 무엇이든지 곧 도래할 하나님 나라에 시선을 고정하고 우리는 일어납니다. 그리고 맡겨진 경주를 다 할 수 있는 힘을 공급하시는 주님 앞에서 모든 찬양과 감사, 자원하는 심령과 서원을 새롭게 하며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리는 화목제의 잔치에 참여하기 위해 달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