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이 임하옵시며 12월호

여는글 - 선교 대추들이 미국 전역으로 나갑니다

대추 공급이 시작되면 한 해가 마쳐가는 것을 실감한다. 2-3개월 건조대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대추들이 딱딱하게 건조되었다. 태양과 바람 속에서 비타민 D를 흠뻑 먹으며 건조된 대추들이 먼 길 떠날 채비를 하였다. 건조된 대추에는 땀방울과 웃음과 가시 찔림과 선교 완수에 대한 열망이 가득 담겨 있다. 이제 자신의 사명을 위해 시애틀로, 덴버로, 샌프란시스코로, 얼바인으로, 엘에이로, 캐나다 밴쿠버로 떠났다. 해마다 반복하는 일이지만 매번 새롭고 신이 난다.

1,000그루의 나무에 달린 대추가 상품이 되기까지 겪는 모든 수고를 생각해 보면 기적이라고밖에 고백할 수 없다. 대추 열매가 맛을 내기 시작하면 새들이 먼저 달려와 시식을 한다. 새들이 사람보다 먼저 맛있는 열매를 찾아내는 것이다. 아래로 쳐진 나뭇가지에 달린 열매들은 토끼와 다람쥐와 두더지들이 가차 없이 흠집을 내놓는다. 온전한 대추로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되는 시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추 분류 작업을 하면 마음이 찝찔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1등 상품이 될 것이라고 상상했던 크고 좋은 것들이 약간의 흠집으로 인해 상품의 대열에 끼지 못할 때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한참을 들여다봐야 보일 수 있는 조그만 구멍들로 인해 1등의 자리에서 물러나 파지 파일로 보내진다. 대추 밭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동물들이 나타나면 귀여운 것이 아니라 밉다. 여러 통 속에 새들이 먹어 상품이 되지 못한 대추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다른 통 속에는 태양에 많이 그을려져 껍질이 정상보다 타버린 대추들이 수북이 담겨 있다. 낙제점을 받아 상품의 대열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분류하는 덕에 대추를 드신 분들이 대추가 색깔이 좋고 깨끗하며 향기도 좋아 맛이 좋다고 소문을 내어 주신다. 요즘에는 미국 전역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비록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르지만 농사꾼으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보람을 느낀다. 정성껏 말린 대추를 1등품에서 파지로 보내면서 비즈니스로 대추 농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순종하는 노동을 하는 특권을 누린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2021년도 구원 열차를 붙들고 열심히 달려왔다. 온 세계가 코로나의 열풍으로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 컴미션과 함께 하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돌아보니 코로나의 공포의 터널을 뚫고 달려온 것이 어떻게 보면 축복이다. 세상의 악한 바이러스들이 조금도 틈타지 않도록 믿음으로 무장하는 마지막 달이 되기를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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