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의 나라에서 첫 텀을 마무리하며 / 김나현 선교사 (캄보디아)

광야에 길과 사막에 강을 내시는 하나님

지난 5년 반 동안의 캄보디아 사역은 인간사에서 이야기하는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한 시간인 듯하다. 기쁘고 행복했던 시간, 가슴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 애통하며 눈물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 주님의 인도하심에 감사하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던 시간, 이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지금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었고,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를 연단 시킨 도구였으며,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은혜의 시간이었음을 고백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특별히 지난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평범한 일상이 더이상 평범하지 않게 된 뉴노멀의 시대를 맞게 되면서 선교지에서의 사역 또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2020년 3월 초,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이슬람 집회에 참석했던 현지 무슬림들 26명이 집단으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건을 시작으로 캄보디아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모임 금지령, 휴교령 등이 내려지면서 많은 선교사들이 사역에 제약을 받게 되었다.

모임 금지령은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지속되었고, 6월 중순 이후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하에 10명 이하의 모임이 허가되어 6월 말 킹덤키즈 모임 (두 달에 한 번씩 진행하는 주일학교 교사 훈련)도 재개되었다. 그러나 7월 초 한인 선교사가 개척한 교회의 기도 모임에 참석했던 현지인 성도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며 종교부에서 한인 선교사들 및 모든 외국인들에게 모임을 자제하라는 요청이 내려와 두 달 여간 사역을 할 수 없었다.

유럽과 미국,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면서 외국인들에게 안전을 위해 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문이 내려왔다. 한국에서 신천지로 인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했을 시기에는 현지 시장에서 장 보는 것마저 어려웠다. 한국인이라 하면 물건을 팔지 않으니 만지지 말라는 사람도 있었고, 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욕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평소 화를 잘 내지 않고 온순한 캄보디아 사람들이 적개심을 드러내어 표현하는 것을 보며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 변화하는 일상에 대한 불안함이 얼마나 큰 지 실감할 수 있었다. 코로나 펜데믹이 어느 때까지 지속되어야 하나요? 라고 주님께 기도할 때, 주님은 이사야 43장과 히브리서 11장의 말씀을 통해 힘과 위로를 주셨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장차 들짐승 곧 승냥이와 타조도 나를 존경할 것은
내가 광야에 물을, 사막에 강을 내어
내 백성, 내가 택한 자에게 마시게 할 것임이라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를 찬송하게 하려 함이니라. (이사야 43:19-21)

주님 왜 침묵하고 계시나요? 하고 물을 때, 주님께서는 잠들지 말고 깨어 있어 당신이 행하시는 새 일들을 볼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심을 믿는 믿음을 구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또한 주님을 알지 못하고, 핍박하던 들짐승같은 자들도 주님을 경외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통해 주님의 뜻은 언제나 구원에 있음을, 주의 백성이 아닌 자들이 주께 돌아와 주의 이름을 찬송하는 것에 있음을 다시금깨닫게 하셨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신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 16:9)

2018년 6월, 원래 계획했던 팀 사역이 어려워지면서 스텅뜨렝에서 프놈펜으로 이사를 왔을 때 나는 정말 광야 한 복판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때 히즈윌(His Will)이 부른 ‘광야를 지나며’ 라는 찬양을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고, 잠언 16장 9절 말씀을 통해 내 길을 인도하고 계시는분은 여호와 하나님이시라는 확신을 주시며 위로와 평강을얻게 하셨다. 그리고 그 해 9월, 현재 함께 동역하고 있는 돈과 마리아 선교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말씀의 기반이 부족한시골 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성경 학교 사역을 하고 있는돈과 마리아 선교사님은 현지 시골 교회의 주일학교 교사들을 양육하고 훈련시킬 동역자를 구하며 지난 1년간 기도하고 계셨고, 캐나다에서 유초등부 전도사로 사역한 경험이 있는 나에게 동역을 제안하셨다.

돈과 마리아 선교사님을 통해 이 분들이 지난 8년간 제자 양육하며 함께 동역해 온 번렛 목사 부부를 알게 되었고, 일흔이 훌쩍 넘으신 두 분이 2020년 3월, 현장 선교사로서 은퇴하고, 본국인 미국으로 돌아가신 후에도 번렛 목사와 케마사모는 나와 귀한 동역자로 함께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에 처음 만난 후, 지난 2년 동안 주일학교 교사 훈련을 받은 킹덤키즈 리더들, 소쿤티으, 스러이 뭄, 케마도 주님의 계획 안에서 만난 귀한 동역자들이다. 차 멀미로 매번 고생하고, 아내와 엄마로서 바쁜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빠짐없이 모임에 참석한 이들의 성실함과 열정에 감사할 뿐이다. 부족한 크마에어 실력으로 말씀을 가르치고, 교사 훈련을 할 때, 인내와 기쁨으로 그 모든 시간을 함께 해 준동역자들이 있음은 정말 큰 은혜이고 축복이다.

킹덤키즈 사역을 시작할 때부터 기도해 온 크마에 사람이 크마에 사람을 가르치고, 제자 삼는 사역을 이들을 통해 시작되게 하심에 감사하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해 평일에 하는 교사 교육에 엄마와 함께 참여할 수 있었던 믿음의 2세대 자녀들이 훈련을 받으며 교사로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하심에 감사하다. 내가 계획했던 길이 아니라 주님께서 인도해 주시는 길로 따라갈 때 경험할 수 있는더 충만한 은혜와 축복을 누릴 수 있게 하심에 그저 감사할뿐이다.

구제 사역을 통해 새 길을 열어 주시다

2020년 3월 중순부터 캄보디아에 코로나 확진자들이 생기면서 킹덤키즈 사역을 포함한 모든 사역의 길이 막힌 듯 보였을 때, 하나님께서는 구제 사역이라는 복음 전파의 새 통로를 열어주셨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현지 목회자들과 성도들 또한 많은 핍박과 어려움을 당하고 있었다. 기독교인들이 부처와 조상신을 노하게 했다며 이들을 마을에서 쫓아내려 하거나 비방과 욕설, 폭력으로 공격하는 사건들도 있었다.

코로나도 문제였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악화되는 경제 상황으로 인한 가난과 굶주림이었다. 특히 시골에는 도시로 일하러 간 자녀들 대신 손주들을 돌보며 자녀들이 매달 보내주는 생활비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이 많은데, 자녀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활비를 보내지 못해 생계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2020년 6월, 돈과 마리아 선교사님의 후원자들이 보내준 헌금으로 첫 구제 사역이 시작되었다. 구제 사역은 현지 시골 교회와 함께 협력하여 마을에서 가장 가난하고 형편이 어려운 노인과 과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구제 사역은 단순히 육신의 필요만 채우는 것이 아닌 영혼 구원에 목적이 있었기에 가는 곳곳 마다 복음을 전했고, 아프고 병든 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또한 그 마을에 교회가 있기에 우리가 구제 사역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시골 교회 목회자들을 격려하며 축복했다. 기도 편지를 통해 구제 사역에 대해 나눴을 때, 생각지 못하게 컴미션 미국 본부와 파송 교회, 기도 동역자들이 구제 헌금을 보내주셔서 계속 사역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의 은혜였다. 구제 사역을 통해 주께서 행하신 일들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기도를 통해 귀신들린 자에게서 귀신이 떠나고 자유함을 얻는 일도 있었고, 한 마을에서는 마을의 실세라 할 수 있는 이장이 구제 사역 이후 교회에 매주 나온다는소식도 듣게 되었다. 아직까지 씨족 사회인 캄보디아 시골에서 마을 이장이 예수님 믿으면 마을 전체가 변화될 수 있다는 말도 있기에 그 일은 우리에게 무척 흥분되고 기쁜 소식이었다. 오랫동안 예수님을 핍박하고 교회를 저주했던 한자매 성도의 어머니는 공짜로 쌀을 준다고 해서 방문했다가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했는데, 영접 기도를 마친 후반신불수의 몸이 치유를 받아 걷고 춤추는 기적도 있었다.

한 번은 홍수 피해로 재해를 입은 지역에 구제 사역을 갔는데, 교회도, 복음 전도자도 없는 마을이었다. 구제 사역 이후, 그 지역에서 1시간 떨어진 지역에 사는 현지 목사님이 마을 이장과 면장의 허락을 받고 매주 토요일마다 마을을 방문하여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니

올해 3월 말 안식년을 시작한 이후, 코로나 지역 감염이 더 심해지면서 확진자와 사망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태국에서 육로로 넘어온 태국 이주 노동자들에게서 델타 변이가 발견된 후 델타 바이러스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외국 선교사들과 한인 선교사들 중에도 코로나 양성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캄보디아 북부 라따나끼리 지역에서 사역하시던 한 선교사님 부부가 코로나 양성 판정 받고 치료를 받던 중, 천식 등 기저 질환이 있던 아내 선교사님이 소천 하시는 일도 있었다.

열악한 의료 환경, 갈급함과 소망이 없어 보이는 가난한 백성들,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주님은 이사야 43장 19절 말씀을 통해 나에게 물으신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주님이 행하고 계시고, 앞으로도 행하실 일들을 믿음으로 볼 수 있기를 더 간절히 구한다. 120여 년 전 언더우드가 썼던 기도문은 “오!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의 편지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이 증거니 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 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 주시옵소서!” 로 끝을 맺었다.

이처럼 언젠가 주님의 때에 캄보디아와 온 열방의 미전도 종족들이 주께 돌아와 구원의 하나님과 어린 양의 이름을 높이며 함께 찬양할 날이 올 것임을 믿는다. 모든 민족이 주님의 이름을 높이고 찬양할 때 나팔 소리 울리며 구름 타고 오실 예수님을 맞이하러 갈 날이 속히 오기를 믿음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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